한은 CBDC 모의실험 사업, 네이버·카카오·SK 진영 '3파전' 압축

라인플러스·그라운드X 각각 주사업자
삼성SDS·LG CNS, 연합 진영에 참여
IT서비스 유일 주사업자 응찰 SK C&C
제로페이 '자문' 확보·시중은행과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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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CBDC 실험환경 설계방안 예시 (자료=한국은행)

12일 입찰서를 마감한 한국은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이 네이버 진영·카카오 진영·SK C&C 3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꾸준히 참가 가능성이 거론돼온 대형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들이 주사업자로 나서지 않고 빅테크 진영과 손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입찰을 마감한 결과 당초 예상된 IT서비스와 빅테크를 포함해 다수 기업이 사업 참여 의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빅테크 기업과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전략적으로 손잡은 것으로 나타나 추후 심사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당초 이 사업은 CBDC 모의실험을 위한 플랫폼 구축사업 성격이 강해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빅테크 진영과 IT서비스 기업 간 맞경쟁할지 혹은 합종연횡 전략으로 시장에 참여할지 관심을 모아왔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 계열 라인플러스와 카카오 계열 그라운드X, IT서비스 기업 SK C&C가 각각 주사업자로 입찰에 참여했다.

주사업자로 참여할 지 여부를 놓고 고심해온 삼성SDS와 LG CNS는 라인플러스·그라운드X와 손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과 연합전선을 꾸렸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삼성SDS와 LG CNS는 이 사업에 앞서 한국은행이 수행한 CBDC 컨설팅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당시 컨설팅 사업을 주관한 EY한영이 협력사로서 어떤 IT서비스 기업과 손잡을지 관심이 모아졌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삼정KPMG와, LG CNS는 AT커니와 최종 연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T커니는 EY한영에서 CBDC 컨설팅 실무를 수행한 전문가 다수가 자리를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IT서비스 중 유일하게 주사업자로 응찰한 SK C&C는 제로페이를 자문기관으로 확보하고 복수 시중은행 등과 연합한 것으로 파악된다.

참가기업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은 사업이어서 자문사, 협력사 형태로 연합 진영을 꾸리는 전략이 일반적”이라며 “기술설명회 직전까지 연합 형태가 바뀔 수 있고 사전에 연합전선 형태가 공개되면 경쟁사로부터 약점을 잡힐 수 있기 때문에 다들 극히 함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조만간 별도 기술설명회 일정을 확정하고 입찰 참가사들이 기술 특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술점수와 제안 가격점수를 합쳐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우선협상대상자와 사업 내용·일정·가격 등에 최종 합의하면 정식 사업에 돌입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8월 사업 시행을 목표하고 있다.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 사업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오는 12월까지 1단계 테스트를 마치면 내년 6월까지 2단계 테스트를 수행하는 일정이다.

1단계는 분산원장 기반 CBDC 모의실험 환경에서 기본적인 발행·유통·환수 등에 대한 기술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 골자다. 참가기관의 전자지갑 관리 등 중앙은행 업무를 지원하는 CBDC 발권시스템을 마련해 정상 작동 여부를 실험한다.

2단계 사업에서는 중앙은행의 CBDC 유통 업무를 확장하는 것이 골자다. 국가 간 송금, 디지털자산 구매, 오프라인 결제 등을 지원하는 방안과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신기술 등을 검토하게 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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