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를 서비스하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한국은행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플랫폼 구축사업에 뛰어든다. 뒤늦게 시장 참여를 결정한 SK C&C와 손을 잡았다. 간편결제진흥원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인프라와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12일 입찰에서 다크호스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하는 한은 CBDC 모의실험 플랫폼 구축사업에 SK C&C와 간편결제진흥원이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SK C&C는 경쟁사 대비 시장 진출을 늦게 결정했다. 경쟁사인 삼성SDS, LG CNS, 네이버 라인은 이보다 앞서 한은이 시행한 CBDC 컨설팅 사업에 참여해 이 분야 경험을 쌓았다. 이 때문에 이번 모의실험 플랫폼 구축사업에서 양사가 어떻게 진영을 꾸려 입찰에 참여할지 관심을 모아왔다.
이에 비해 SK C&C는 CBDC 컨설팅 사업에 참여한 적이 없어 외형상으로는 타 경쟁사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부터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블록체인 관련 조직을 꾸리는 등 시장에 대응했지만 이번 사업에서는 정보기술(IT)서비스 경쟁사를 위협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간편결제진흥원이 SK C&C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전략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로페이는 2018년 12월 서비스 개시 후 현재 전국 단위 가맹점을 확보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을 제로페이와 연계해 모바일로 공급하고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하면서 사용자·결제액이 폭증했다. 제로페이와 위챗페이 간 연동 서비스, 제로배달 유니온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오프라인 간편결제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로페이는 간편결제 기반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글로벌 간편결제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가맹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소상공인을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계획도 실행하고 있다.
간편결제진흥원 관계자는 11일 “제로페이가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탄탄한 경험과 인프라를 갖췄고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어 지금까지의 경험이 CBDC 사업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에 20개 이상 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IT서비스 기업은 물론 중견 IT기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전 컨설팅 사업을 수행한 EY한영, 삼성SDS, LG CNS, 라인을 비롯해 EY한영에서 해당 업무 수행자들이 입사한 AT커니도 참여가 유력하다. 삼성SDS-AT커니와 LG CNS-EY한영이 손잡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엑스(X), 네이버 자회사 라인플러스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플러스는 최근 CBDC에 최적화한 플랫폼 '라인 파이낸셜 블록체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도 어떤 사업자와 협력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해 참관인(옵서버) 형태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고, 1단계 사업에서 외부 기업의 모의테스트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참여 실효성이 낮다는 시각도 일부 나오고 있다.
한은은 이번 사업에서 컨소시엄(공동계약) 참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단독 기업 형태로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준비 기업은 자문기관과 협력기관 등 형태로 자체 '진영'을 구성하는데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업 예산은 49억6000만원으로 크지 않지만 추후 CBDC 본사업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주요 프로젝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