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의원 등 폐지·완화법안 잇따라 발의
게임 주류 '모바일'에는 적용 못해 유명무실
청소년 수면시간 보장과도 연관성 적어
여가부 "개선방안 논의" 원론적 입장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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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0일 셧다운제 시행 일주일 전인 13일 셧다운제에 반대하는 밤샘 게임집회가 청계광장 여성가족부 앞에서 열렸다.>

게임 셧다운제 폐지 요구가 거세다. 셧다운제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실효성 없는 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취급 받는다. 게임 시장 주류로 자리잡은 모바일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아 게임사 매출에도 미치는 영향력도 낮다. 이에 따라 각 계에서 셧다운제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 규제의 상징적인 간판을 떼어낸다는 의미가 강하다. 게임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첫 걸음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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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 의원은 셧다운제를 입법 취지와 달리 제대로 된 효과 없이 산업 분야 위축과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일으킨 대표적 악성 규제로 정의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5일 선택적 셧다운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고 국내 인터넷 게임 제공자 직업수행 자유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캔디크러시' '꿈의 정원'을 플레이하던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셧다운제 강도를 완화하는 부모선택제를 발의했다. 셧다운제 효과가 적고 산업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가정에 선택권을 줘 개선하자는 의도다.

선택적 셧다운제와 부모선택제는 반대 개념이다. 기본 상태를 무규제로 두고 청소년 본인이나 학부모가 요청할 때 게임 이용을 제한한다. 19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논의되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목소리를 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광주 조선대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e스포츠를 학교 스포츠로 인정해 선수들이 학교에 다니며 e스포츠를 하고 은퇴 후 지도자의 길도 넓혀주면 어떨까”라며 “셧다운제 폐지를 정부가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제적 셧다운제(셧다운제)는 2011년 11월 20일 시행된 일종의 통행금지 제도다. 정식명칭은 청소년 인터넷 게임 건전이용제도다. 청소년 수면권과 게임과몰입 역기능 예방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청소년 보호법 26조가 근거다. 2년마다 여성가족부가 재평가해 고시한다.

현행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아래 청소년 행복추구권이나 자기 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비롯해 부모 교육권이나 게임사 평등권과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 문화에 대한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에도 역행한다. 외국에서는 '신데렐라'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도입 이후 한계만 드러냈다.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이지만 청소년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근본 처방은 하지 않은 채 단순히 게임 시간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행정 편의적 규제다. 부모 명의를 도용하거나 타인 계정을 절취, 도용해 게임하는 청소년도 많은 현실이다. 과도한 규제가 낳은 부작용이다.

셧다운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실효성'이다. 시행 이전부터 지금까지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게임산업 축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갔음에도 정작 모바일 게임에는 적용하지 못해 유명무실하다. 싱글플레이 기반 게임도 제한하지 못한다.

셧다운제 정책 효과를 고려한 장기 추적 첫 연구에서 청소년 수면 시간은 게임 이용시간보다 학습 시간과 연관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셧다운제 도입 목적이 청소년 수면시간 보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위가 지난 2019년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셧다운제를 통해 늘어난 청소년 수면 시간은 1분 30초에 그쳤다. 이외에도 연관성이 적다는 단기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왔다. '여성가족부의 게임 규제'라는 상징적 의미만 남은 셈이다.

이러한 한계와 더불어 최근 '마인크래프트' 사태는 폐지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레고'로 불리는 샌드박스 게임이다. 블록을 조합해 세상을 만들고 모험을 떠날 수 있다. 창작·협업·교육 가치를 체험한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기획·건축·디자인·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 입문서로도 활용된다. 코딩능력 배양 효과는 의무교육보다 높은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한국에서는 셧다운제 때문에 전 연령 게임인 마인크래프트가 성인게임으로 둔갑할 상황에 처했다. 마인크래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되기 전 서비스하던 '자바 버전'과 인수 후 'C++ 버전'으로 나뉜다. 자바 버전은 노후화돼 보안이 취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으로 통합될 예정이다. MS는 엑스박스 라이브 플랫폼에 셧다운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성인만 가입할 수 있게 했다. 특정 국가만을 위해 서비스 제공 내용을 변경할 수 없다는 이유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전연령 게임이 성인 게임이 되는 촌극이 벌어진다.

마인크래프트 최대 이용자 모임 우마공의 전현수 매니저는 “세계적으로 게임 산업을 주시하고 마인크래프트가 메타버스 선두주자로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산업을 후퇴시키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 등에서 폐지 요구가 거세지만 주무부처인 여가부 반응은 미온적이다. 지난 6일 셧다운제 관련 보도자료를 내놨지만 예전부터 반복했던 “개선방안을 논의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그동안 변화를 위한 시도를 했지만 국회논의 불발과 학부모단체 우려 때문에 개선되지 못했다고 발을 빼거나 마인크래프트 사태는 MS의 운영정책 변경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셧다운제 주무부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여전히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이라는 범주에 게임을 넣어 규제 대상으로 다루려는 의도를 버리지 않은 모습도 확인된다.

웹젠 의장 출신인 김병관 전 의원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셧다운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허용되는 것은 게임을 백해무익한 중독물질쯤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행복추구권이나 자기 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비롯해 부모의 교육권이나 인터넷게임 제공업자의 평등권과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용기 의원은 “마구잡이로 게임을 못하게 막기보다는 게임 속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열린 자세로 지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