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온라인으로 부동산 경매를 진행해도 입찰 내역이 트랜잭션에 남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억원 입찰가를 써낸 사람이 주최 측과 짜고 9000만원에 낙찰받는 사례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장우 넥스트아이비 블록체인랩장(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은 부동산 경매 시장에 블록체인이 접목되면 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넥스트아이비가 선보인 '경매야'는 국내 최초 디지털 부동산 경매 서비스다. 오프라인 부동산 경매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쉽고 안전하게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추구한다. 올해 1월 사전예약 신청자가 2만5000명을 돌파했으며 연내 50만명 회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부동산 경매 시장은 오프라인 위주 아날로그 형태로 구성돼 있다. 만약 경매에 나온 부동산이 제주도에 위치한 물건이라면 경매 참여자가 직접 제주도 지방법원에 방문해야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물리적 한계 때문에 참여자 수가 늘어나기 힘들고 직장인들은 직접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경매야는 이런 부동산 경매를 온라인으로 옮겨와 전국에 있는 누구나 동시에 참여할 수 있게 구축한 플랫폼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입찰한 사람, 가격을 투명하게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경매 주최 측이 허위 입찰자를 올려 가격을 조작하거나 하는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넥스트아이비는 이 같은 프로세스인 '블록체인을 이용한 비대면 부동산 경매 서비스 제공방법'에 대해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다만 아직 경매야 플랫폼에서는 민간 경매 물건만 지원한다. 향후 법원 부동산 경매 물건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 자회사 람다256의 클레이튼 망을 사용한다. 개발 초기에는 이더리움 망을 활용하려고 했지만 느린 속도와 높은 전송 수수료가 문제가 됐다. 경매 입찰의 경우 입찰 기한이 마감되기 전까지 기록이 이뤄져야 하는데, 트랜잭션이 폭주할 경우 오늘 입찰한 사례가 내일 마감이 지난 후 기록으로 남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스트아이비는 한국프롭테크포럼에 가입한 블록체인 회원사 3곳 중 하나다. 향후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이용해 큰 대지를 여러 개 필지로 나눠 소유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여기서 NFT는 일종의 디지털 등기 역할을 한다. 땅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 방식으로 얻을 수도 있다.
카사코리아의 디지털수익증권(DABS) 개념과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다. DABS는 카사 플랫폼 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지만, NFT 형식으로 쪼개진 필지는 다양한 수요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 단순 건물의 일부 개념이 아니라 대지 내에서 특정 좌표를 가진 필지를 특정해 매매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이장우 랩장은 “부동산에 NFT 방식을 접목하더라도 법적·행정적으로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될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영역은 토큰보다 NFT가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