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정책과, 부채총량 연구용역
공공·가계·기업부채 '감당수준' 본다
연이은 부채경고음, 미래세대 부담
유동성지원, 질서있는 축소 필요
국가부채 경고음에 “감당할만한 수준”이라며 일관성을 유지하던 정부가 부채총량 관리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국가·가계부채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가 속도가 빨라 부채총량관리·기준금리 점진적 인상 등 거시건전성 차원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7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거시정책과가 '거시부채총량 관리방안'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정부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가 차원에서 연구용역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말 공공·가계·기업부채의 적당한 수준·균형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재정건전성을 관리해 온 재정혁신국이 아닌 경제정책국 거시경제 분야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가 장기적으로 정부·공공 부채 대응여력과 미래세대 부담차원을 살피는 차원에서 관리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부채를 지탱할 인구구조와 잠재성장률 추세 등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20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 부채 가운데 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부담(연금충당부채)이 관리대상으로 지목한다.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부채는 총 1985조3000억원이다. 전년(1743조7000억원)에 비해 241조6000억원이 늘었다.
연금충당부채는 1044조7000억원이다. 전년보다 100조5000억원 늘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늘어난 국가부채 241조6000억원 중 100조5000억원(41.5%)이 연금충당부채였다.
다만 정부는 국가채무와 확정되지 않은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된 국가 부채는 나라 빚과 다른 개념으로, 갚아야할 채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금지급 부담은 미래세대에 전가된다”며 “국가 부채 총량 급격한 상승은 정부의 거시경제 대응능력을 저하시키며 국가 신인도 하락과 해외 자본 유출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정부 부채(D2) 증가폭도 안정권에서 벗어나 있다. 기재부는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5년후 D2 상승 시나리오를 보면 증가속도가 빠르다.
D2는 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부채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26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D2 비율이 69.7%까지 올라간다. 관건은 증가폭이다. 코로나19 이전 2019년 말(42.2%) 대비 2026년 부채비율 상승폭(27.5%P)은 선진국 중 3위다.
공공기관 부채도 건전성 지적이 쏟아진다. 지난해 347개 공공기관 부채는 54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공공기관 부채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은 방만경영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IMF는 “가계부채는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높고 가처분소득의 19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가계부채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1765조원을 기록했다. 또 중소기업 신용대출의 절반가량은 수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으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유동성 지원은 코로나19 피해계층 대상으로 지속하되, 축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올해 초과 세수를 모두 2차 추가경정예산에 활용하지 않고 일부는 나랏빚을 갚기로 했다.
다만 국채 상환 비중이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확장 재정을 주문한 데다 내수 활성화와 취약계층 지원 등 재정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