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의 디지털경제]디지털 국가주의(Digital Natio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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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중국의 군사력, 경제력 확대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통한 글로벌 영향력 증대로 미국과 함께 중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G2(Group of two)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리고 G2의 경쟁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미래를 결정하는 디지털 분야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산업정책을 통해 인공지능, 5G,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산업 분야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 샤오미, 바이트댄스 등의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경쟁하는 명실상부한 디지털 G2 국가로 부상하였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반도체 분야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2025' 정책을 통해 2025년까지 자체 반도체 수요의 70%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야심 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미국 정부는 글로벌 디지털 산업에서 중국의 역할 증대에 대해 중국의 시장 확대가 미국 기업들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디지털 공급망(Global Digital Value Chain)에서의 중국의 역할 증대가 글로벌 분업을 통해 디지털 산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효율성 증대에 공헌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구글이 2010년 중국에서 철수하고, 페이스북의 중국 진출이 계속 실패하면서 중국의 강력한 자국 기업 보호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정부 출범 후에는 글로벌 디지털 공급망의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핵심 디지털 부품 산업의 자국 내 생산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과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5G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와 함께 동맹국들에도 화웨이 5G 장비 사용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 더불어 화웨이에 대해 미국 기술을 사용한 부품 및 OS의 수출을 금지하였고, 이 결과로 화웨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지원이 금지됨에 따라 화웨이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020년 2분기 20%에서 2021년 1분기 4%까지 하락하였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던 대부분의 정책이 폐기되었지만,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져서, 지난 6월 4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군대와 연계가 되어 있는 화웨이를 포함한 59개의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금지를 명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하였다.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국가주의의 확대는 글로벌 디지털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화웨이 5G 장비 배제 요청은 삼성의 5G 장비시장 매출 확대를 가져왔지만, LG유플러스의 화웨이 5G 장비 사용은 향후 미국과의 지속적인 정책 조율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반도체 수출 제한이 화웨이를 넘어 다른 중국 기업에도 확대된다면 삼성과 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미국이 반도체 생산시설의 자국 유치를 추진하면서 삼성이 2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결정하였는데, 주요국의 반도체 등 핵심 디지털 장비의 자국 내 생산시설 구축을 확대하면 국내 투자 위축에 따른 고용기회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디지털 국가주의는 미국과 중국을 넘어 역내 국가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EU 등 다수의 국가로 확대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디지털 시장의 핵심 국가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국내 시설 투자를 통해 고용 확대와 관련 산업 육성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과 글로벌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기초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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