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68>세 질문에 답해 보기

제품가치곡선. 제품이 주는 만족도를 항목별로 나타내 연결한 선이다. 만족하면 뾰족한 산봉우리처럼 그려지고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면 낮게 그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기업이 고객에게 어떤 제안을 하고 있는지 이것만 봐도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다들 비슷비슷한 제안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 도식을 보다 보면 누군들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누구나 간과한 저 푹 꺼진 어딘가에 고객의 불만이 숨어 있다면. 혁신은 새로운 시장 공간을 창조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면 이것 앞에선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혁신이란 어떤 지향을 말하는 것일까.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드는 것일까. 분명 결과물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한층 근본적인 지향이 있을 법하다. 혁신은 새로운 시장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라는 어느 대가의 제안만큼이나 그럴듯한 것도 없다.

물론 어떤 게 해답인지에 정답은 없다. 단지 꽤나 그럴 듯한 질문만큼은 대충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 피터 드러커의 조언으로 알려진 “만일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거기서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나 앤디 그로브 회장이 인텔에 자문했다는 “새 최고경영자(CEO)가 왔다면 그는 무엇을 하려 했을까”도 좋겠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 공간을 찾는 이라면 여기 있는 몇 가지 자문자답해 볼 만한 질문이 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질문은 크게 세 묶음이다. 첫 묶음은 새로운 성장 기회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시장이 와해되고 있는지 묻는다. 만일 당신의 비즈니스에 하루가 다르게 전에 없던 가치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면 이 질문을 피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는 당신에게 어떤 새로운 제안이 있는지 묻는다.

이제 첫 묶음부터 보자. 첫 질문은 “소비자가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아나요”란 것이다. 당신 비즈니스와 관련해 그럴듯한 답이 있다면 첫 관문은 통과다. 예를 들어 기존 개인재무관리 프로그램이 성능은 좋지만 비싸거나 다루기 어렵다면 꽤 좋은 답을 찾은 셈이다. 두 번째 질문은 “시장에 소외된 소비자가 있나요”다. 성장을 위한 검증된 경로는 경쟁자와 경쟁하는 대신 기존 제안에서 소외된 소비자를 수용하는 것이란 조언은 여기서 왔다.

두 번째 묶음은 와해성 혁신의 골자다. 첫째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기능이 없냐고 묻는다. 소비자란 항상 더 나은 제품을 원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더 간단하고 저렴한 걸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조언이다. 둘째는 당신이 지향하는 새로운 공간은 무엇인가다. 이 질문에 가장 극명한 답은 넷플릭스가 줬다. 시장이 기울던 2008년에도 비디오 대여 체인점 블록버스터는 여전히 왜 많은 고객이 넷플릭스에 환호하는지 알지 못했다.

세 번째 묶음은 당신만의 고객 제안은 무엇인가란 간단한 질문이다. 지금처럼 새로운 제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뭔가 다른 제안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매번 '지상 최대'만 부르짖던 그곳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나왔고, 1988년 처음 선보인 메가플렉스 영화관은 이제 상식이 됐다.

기업 로고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띌 때가 있다. 종종 동시대 경쟁자들은 극명히 다른 색깔로 자신을 표현된다. 블록버스터는 파란색으로 기억된다면 넷플릭스는 2000년 즈음 로고를 붉은색으로 바꿨다. 어쩌면 이건 서로 다른 지향점을 나타내는 것의 표현 아니었을까. 결국 이들의 혁신은 새 시장 공간을 찾는 것이었다.

Photo Image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