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통 단체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의결한 5.9㎓ 대역 주파수 변경방안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FCC가 5.9㎓ 대역의 절반 이상을 비면허 와이파이 대역으로 배분한 결정이 교통안전과 관련 산업 발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지능형교통협회(ITS아메리카)와 고속도로교통관리협회(AASHTO)는 미국 워싱턴 DC 주법원에 FCC가 의결한 5.9㎓ 대역 주파수 이용계획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FCC는 5.9㎓ 대역 75㎒ 폭 가운데 상위 30㎒ 폭을 '셀룰러 기반 차량사물통신'(C-V2X) 용도, 하위 45㎒ 폭은 차세대 와이파이 중심 비면허대역 서비스 용도로 각각 분배하는 내용의 주파수 이용계획을 확정하고 7월 2일 시행을 예고했다.
ITS아메리카, AASHTO는 C-V2X와 경쟁 관계에 있는 웨이브(DSRC) 진영 입장을 대변해 왔다. 소송에선 웨이브 배제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 지능형교통체계(C-ITS) 용도 주파수를 와이파이 용도로 배분한 것을 문제 삼았다.
FCC 결정으로 C-ITS용 주파수 대역폭이 감소, 교통안전과 차량사물통신(V2X)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 단체는 FCC 결정이 미국 교통부, 자동차 안전 전문가, 자동차 제조업체 및 주 도로 공무원의 권장 사항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FCC가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셰일린 바트 ITS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V2X 기술이 미국 도로에서 충돌을 줄이고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라면서 “FCC가 5.9㎓ 주파수를 안전하게 활용해야 하는 교통관리 부처의 권한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소송으로 FCC 결정이 당장 뒤바뀔 공산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향후 V2X 산업 발전 속도에 따라 주파수 재배분 논의 가능성을 열어 두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국내 V2X 관계자는 “FCC 주파수 배분안이 의결됐을 때 와이파이 대역 할당폭이 커서 V2X 진영의 패배라는 분석이 따랐다”면서 “V2X 산업 발전에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 5.9㎓ 대역 주파수 재할당 요구에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염두에 둔 소송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나라도 5.9㎓ 대역 주파수 이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5.9㎓ 대역 70㎒ 폭을 7개 채널로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웨이브(DSRC)와 C-V2X 대역 폭을 확정할 예정이다.
FCC의 5.9㎓ 대역 주파수 이용계획은 물론 소송 결과는 우리나라 5.9㎓ 대역 결정의 준거로 작용할 여지가 상당히 있어 보인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