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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한 국회 공청회에서는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이 거론됐다. 학령인구 감소가 발단으로 작용했다.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간 시각차가 있겠지만 정부로서도 나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지난 5월 마지막 주는 대학 기본역량진단 보고서 제출 기한이었다. 준비의 만만찮음과 비교평가 부담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많은 대학이 꽤 오랫동안 등록금 동결이란 상황 속에서 긴축 재정에 임하고, 다른 한편 혁신을 위해 노력해 왔다. 대학 구성원이면 누구나 이런 데 조금이나마 공감했으면 하고 바랐다.

물론 대학에 대한 물음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아마도 대학의 혁신이 왜 이리 더뎌 보이냐는 것이리라. 실상 대학은 지금 혁신의 새로운 지평에 서 있다.

대학 발전 과정을 관조해 보면 새 지평은 어렴풋한 모습을 보인다. 어찌 보면 대학 역사는 대학의 역할을 구분 짓는 몇 차례 혁신의 결과다. 아마도 대학의 첫 시작은 고등교육이라는 역할에서 온 것으로 여겨진다. 누군가 볼로냐대를 첫 예로 말하기도 하는데 이 시기 연간으로 유럽의 주요 대학들이 설립된 듯하니 '1차 대학혁명'이라고 부름직도 할 수 있다.

그다음은 이것에 더해 연구를 대학 역할로 받아들인 것이다. 혹자는 효시를 독일 훔볼트대라고 하는데 요즘의 연구중심대학과는 분명 구분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때인가 대학은 연구를 자신의 역할로 받아들였고, 이것이 '2차 대학혁명'이란 전환점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 대학의 진화는 이른바 '기업가적 대학'으로 여겨진다. 기업과 산업에 가치 있는 지식생산 추구는 언젠가부터 대학 역할로 자리 잡았다. 교육과 연구에 추가된 이 임무를 '제3의 미션'(The Third Mission)이라고도 이른다. 지금 우리가 보는 글로벌 일류대학과 산·학 협력, 창업, 기술이전·사업화 등이 '3차 대학혁신'으로 일컬을 만한 진화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안팎의 변화에 직면했다. 대학의 혁신이 더디다는 지적에 되묻게 되는 한 가지는 과연 지금 이 대학의 모습이 미래에도 여전히 바람직한 모습일까 하는 점이다. 대학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지향점이 필요하다.

당장 대학이 자신의 지향점으로 삼아 온 기업들을 보자. 오래전 사회적 책무(CSR) 및 사회와의 가치 공유(CSV), 지금은 환경·사회공헌·투명경영(ESG)이라는 표제 아래 사회로의 지향점을 혁신 방향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

기업가적 대학을 포기하고 다시 '상아탑 대학'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기업가적 대학이라는 지향점은 훌륭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대학 미래를 설계하기엔 너무 좁은 경계가 됐다.

기업가적 대학이 대학으로 하여금 기업과 산업 '공진화'를 말한 것이었다. 이제 대학은 여기에 '사회'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추가하고 대학-기업-사회의 공진화를 상상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것은 사회와의 공진화를 모색하는 기업과 산업 혁신에 대학이 동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동안 불완전하기만 하던 '기업가적 대학' 모습을 진정 완성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대학 특성화도 이 틀 안에서야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산업·사회 공진화를 지향하는 것이 어떤 모습과 활동을 의미하는지는 따져 봐야 한다. 분명한 건 지금의 난제 해결을 위해 또 한 번의 대학 진화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대학의 새로운 역할과 함께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의 발전 역사가 말하는 것도 이것 아닌가.

건국대 박재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