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카카오페이 교통카드 안건 승인
후불 한도 15만원…4분기 서비스 예정
신용카드 업계와 본격 경쟁 예고
NHN페이코·토스·핀크도 검토 나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후불 페이먼트 시장에 진입했다. 빅테크 업체가 사실상 신용카드업을 시작한 셈이다.
빅테크 플랫폼의 후불결제 시장 혁신이 시작되면서 지급결제 시장을 독점해 온 신용카드 업계에 균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페이 후불결제 방식 교통카드 서비스 안건을 승인했다. 전자금융업자에 후불결제가 도입되는 것은 네이버파이낸셜에 이어 카카오페이가 두 번째다.
후불 한도는 최대 15만원으로, 올 4분기부터 서비스된다.
금융정보와 비금융정보(카카오페이 보유정보 등)를 결합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 소비자 후불결제 한도를 산정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 교통카드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 충전 잔액과 결제액 간 차익을 다음 결제 달에 상환하도록 하는 방식의 후불 결제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선불 충전금이 먼저 소진된 이후 부족 금액만큼 후불 한도에서 차감된다. 후불 한도 사용액은 다음 달에 사용자에게 청구되는 방식이다. 카카오페이로 교통수단 요금 결제 시 선불 충전 잔액이 부족해도 외상으로 결제하고 다음 결제 달에 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버스, 지하철, 택시, 하이패스 등에서 사용 가능한 선불충전형 모바일 교통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선불충전형 모바일 교통카드는 연동된 계좌에 잔액이 부족할 경우 선불금 충전이 이뤄지지 않아 불편했다.
후불결제 기능이 도입되면 미리 충전하지 않고 교통카드를 쓰고 난 뒤 나중에 결제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교통서비스 이용추이 통계자료를 참고해 최대 15만원으로 후불 한도를 결정했다”면서 “금융 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사회초년생 등 신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도 후불 교통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후불 교통카드는 신용·체크카드 발급을 전제로 한다. 신파일러의 경우 카드 발급 조건이 되지 않을 수 있어 이용이 제한됐다.
새롭게 도입되는 카카오페이 후불 교통카드는 카드 발급이 필요하지 않아 신파일러도 후불교통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금융 당국이 포용 금융 취지를 강조하며 혁신금융서비스 규제 특례로 카카오페이에 기회를 준 이유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후불 결제업을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페이사의 결제 수단 가운데 신용카드 비중이 가장 크게 차지했다. 월급이 입금되기 전인 통장 잔액이 없는 상황에서 선불 충전을 쓰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신용카드와 기능이 같은 후불 결제가 시작되면 결제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의 잇따른 후불결제 시장 진입으로 다른 기업도 분주해졌다. NHN페이코, 토스, 핀크 등 후발주자 기업도 해당 서비스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후불결제는 금융 플랫폼을 보유한 페이사가 탐내는 사업이다. 신용카드 결제와 달리 후불결제는 막대한 카드사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수익 구조가 훨씬 유리하다.
반면 빅테크 기업이 잇따라 여신(대출)서비스를 시작하자 신용카드 업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카드사 고유 영역인 여신 수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년마다 진행되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 논의까지 겹친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액이라고 하지만 빅테크의 후불결제 한도 상향은 시간문제”라면서 “빅테크의 후불결제가 올해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