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좌담회] “빠르면 혁신, 늦으면 비용"...규제 완화 한 목소리

국내 현행 포지티브 규제, 미래 신산업 발전 걸림돌 작용
안 되는 것만 콕 집어 제재하는 '네거티브'로 전환 필요
모든 곳서 자율주행 가능해질 거라는 잘못된 인식 많아
시승 체험 등 체감 콘텐츠 늘려 국민 의식 변화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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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자율주행 좌담회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다. 자율주행 산업의 미래: 도전과 전략을 주제로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며 정보기술(IT)·통신·서비스 등 이종 산업과 융합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 중심 수직 생태계는 수평적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다. 완성차뿐 아니라 스타트업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자신문과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국내 자율주행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산업 과제와 미래 비전에 대한 방향을 공유하며, 정부·업계·학계 전문가 토론을 통해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가나다순)

△박재용 현대차 자율주행사업전략팀장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스마트카연구본부장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사무국장

△조성주 카네비컴 자율주행개발실장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좌장)

◇좌장(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국내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 목표 시점이 언제인가.

◇정광복(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사무국장)=사업단은 2027년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목표로 준비 중이다. 레벨4 자율주행 구현에 필요 인프라 기반까지 마련하자는 의미에서 플러스(+)를 붙인 거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선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제도다. 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경찰청이 함께 만들었으며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2025년부터 실질적으로 제도 개선을 시작하면서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박재용(현대차 자율주행사업전략팀장)=기술 개발 측면에서 2024년 이후 상용화가 목표다. 로보택시, 로보셔틀, 로보트럭 등 자율주행 차량과 서비스 유형에 따라 시점 차이는 있다. 첫 양산은 로보택시로 계획하고 있다.

◇한지형(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지역에 따라 적용 시기가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시티와 같은 제한된 지역이라면 2024~2025년에 상용화가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서비스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좌장=중국에선 바이두가 지난해 10월 자율주행 호출 택시 '아폴로' 100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는 상황이 어떤가.

◇한지형=정부가 자율주행 실증 규제자유특구를 중심으로 여러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세종시에서 정해진 구간을 반복 운행하는 자율주행차 2대를 운용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10대를 갖고 있다. 스타트업이다보니 자율주행차보다는 제한된 지역 내에서 지정된 경로만 다니는 셔틀 또는 청소차, 순찰차 등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 셔틀 1대를 제작하는 데 5억원이 들어간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큰 예산이다. 우리도 정부지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중국처럼 100~200대 만들어 운행하고 싶지만 투자할 자금 여력이 없다. 투자 자금이 회수가 안 되면 회사가 망한다. 정부가 나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제도를 마련해줬으면 한다.

◇박재용=올해 세종 스마트시티를 시작으로 내년 초 강남과 판교에서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고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자율주행차는 통신 기능을 활용해 교차로를 통과할 때 교통신호기로부터 현재 신호는 물론, 향후 신호 바뀌는 시점 정보를 받는다. 이러한 기능 구현에 있어 국제표준이 있지만 지역별로 통신신호 기준이 달라 불필요한 개발 기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기부체납 형태로 투자하다 보니 담당하는 업체가 바뀌면 지자체가 새로 투자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안전법규도 보완이 필요하다. 한미 FTA로 북미 자가인증제도 적용을 받는 테슬라와 달리 현대차는 과거 형식승인제도에서 자기인증제도로 완전 전환 되지 못한 국내 법규를 따른다. 완성차간 기술력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동일 기술을 제공할 때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가 가혹한 규제를 받는다. 국토교통부에 완화를 요청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정부가 완성차와 현지 운수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도 만들어준다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좀 더 활성화할 수 있다. 기술 검증을 위한 무상 운행 형태임에도 지역 운수사업자와 마찰 우려로 지자체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이재관(한국자동차연구원 스마트카연구본부장)=우리나라 실증은 기술 분야가 대부분이다. 기술 실증도 중요하지만, 실제 체험을 위한 사업실증이 잘 이뤄져야 한다. 국내 실증은 아직 운영 대수가 적어 이런 부분을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는 듯하다.

중국은 자율주행 사업실증을 통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구간과 가능하지 않은 구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좌장=해외에선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스타트업 97%가 M&A로 엑시트한다. 국내도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할 것 같다. 민간 차원에서 가장 큰 숙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협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또 완성차는 투자가 필요한 사업부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스핀오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재관=현행법상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쉽지 않다. 공정거래법상 지분율이 30%를 넘어가면 계열회사로 편입된다.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정부 과제 등에서 불이익 볼 수 있다.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투자를 꺼리게 되는 이유다.

◇박재용=자율주행 기술은 현대차그룹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기에 스타트업과 협력한다면 기술 개발보다 센서, 제어기 등 부품과 서비스 솔루션 분야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재 해외 업체와 협업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와 협업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 대상을 특정 지역 업체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국내 스타트업에도 협업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보면 된다.

◇조성주(카네비컴 자율주행개발실장)=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 구인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소기업이 인재를 유치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민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국민들이 자율주행을 뉴스로밖에 접하지 못한다. 삶 속에 녹아 있지 않다는 얘기다. 자율주행 체험을 늘리고 성공 사례를 드라마 등으로 만든다면 사회 전반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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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스마트카연구본부장, 박재용 현대차 자율주행사업전략팀장, 조성주 카네비컴 자율주행개발실장,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사무국장,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왼쪽부터)가 좌담회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좌장=한국이 중국 등에 비해 자율주행 기술력이 부족한 건 아닌 듯하다. 살펴보니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 디지털 스타트업이 잘 성장하고 있는 나라의 법 체계는 네거티브다. 한국의 포지티브 법 체계는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도 있지만 자율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정광복=사업단은 자율주행 관련 법체계를 만들 때 네거티브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 체계는 할 수 있는 것을 정해 놓고 이외의 모든 것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포지티브 규제다. 기존 법을 개정하면 누더기 법이 될 수 있다. 신기술 발전에 있어서는 네거티브 규제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정부 부처들과 협의하고 있다.

2023년 공고를 내고 2025년 특정 도시 전체에서 자율주행 실증도 시작할 예정이다. 정주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스마트시티에서 실증하는 것과는 다르다. 모든 시민이 자율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스타트업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융합얼라이언스, 국회 포럼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지형=규제를 풀어줘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법제도 미비로 발생하는 애로사항도 있다.

자율주행차 전용 부품에 대한 인증 규제나 제도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커넥터가 대표적이다. USB 커넥터조차 정해진 규격이 없다.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 개조하다 보면 부품 규격이 다 다르다. 향후 공장에서 이뤄질 대량 생산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조성주=현재 자율주행 레벨 구분도 주행 상황을 고려해 세밀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 일반적 상황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운전자의 실수를 줄여주기 때문에 사고율은 많이 낮아지겠지만, 기상 여건과 천재지변에 따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

시나리오별로 나눠줘야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됐을 때 운전자가 고민을 덜 수 있다. 현재 체계에선 야간이나 강수량이 얼마 이상일 경우에도 자율주행이 가능한지 가늠하기 어렵다. 기준을 세분화한다면 자율주행 구현이 목표한 수준을 달성했는지 확인하기 쉬워지고 소비자에 홍보할 때도 설득력이 높아진다.

◇이재관=공감한다. 문제가 없는 구간에서만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선 운전자가 운전해야 한다. 사용자 및 수요자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을 활성화하면 모든 곳에서 자율주행이 돼야 한다고 착각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좌장=한국이 잘할 수 있는 건 '빠른 속도'다. 자율주행차 등 기술 기업은 경쟁에 있어 상용화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는 국내 규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빨리 하면 혁신이고 늦게 하면 비용'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미국, 일본 등에 뒤처지면 관련 스타트업들이 다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지속적으로 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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