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21) 데이터廳과 데이터·AI·지식재산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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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데이터가 중요한 곳은 전장이다. 일본 전국시대 무장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쇼군이 되기 위해 교토로 출발했다. 그런데 오케하자마에서 오다 노부나가에게 패하고 목숨까지 잃었다. 왜 2만5000의 대군이 불과 5000의 오다 군에게 졌을까.

데이터 관점에서 보자. 이마가와는 쇼군이 되기 위해 교토의 정치·군사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수집했지만 오다 군 정보는 부족했다. 반면에 오다는 이마가와의 병력 배치, 이동 경로와 속도, 휴식 시간과 장소, 기후변화 등을 철저히 수집했다. 그 결과 전면전 대신 기습전을 택했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이마가와를 급습해 승리했다. 논공행상도 특이하다. 이마가와를 죽인 군사가 2등, 이마가와 소재를 찾아낸 군사가 1등이었다.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오다가 이길 수밖에 없다.

20세기 초 세계를 지배한 것은 제국주의다. 전쟁을 기획·설계하고 약소국을 침략·착취했다. 제국주의를 주도한 선진국은 지금 글로벌 기업을 앞세워 경제전쟁을 기획·설계해서 집행하고 있다. 경제전쟁터에서의 총알이 데이터라면 총은 인공지능(AI), 지식재산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신기술과 기업을 많이 확보할수록 승전국이 된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국민 역량을 결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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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3법 및 인터넷 플랫폼 등 기업·개인의 산업 생태계 참여가 늘고, 데이터·AI 활용 욕구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이 인구·고용·산업 등 데이터를 수집·분석·제공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데이터 기본전략을 추진하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데이터 디지털화를 서두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 등 데이터 저작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특허청은 데이터 생성 장치 등 특허를 고민하고 있다. 데이터정책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부기관 간 샅바 다툼도 치열하다. 정부기관이 각자 추진하는 칸막이식 정책을 조정·중재하거나 방향을 잡아 주는 컨트롤타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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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데이터위원회를 두자고 한다. 데이터위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도 신속한 정책 수립과 집행이 쉽지 않다. 데이터청(또는 부)을 두면 될까. 데이터의 전략적 수집, 효율적 관리, 공정한 분쟁해결 시스템을 갖추자는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청 단위 조직은 상급 또는 동급 조직을 컨트롤하기 어렵다. 힘이 없으면 여론에 밀려 혁신보다 규제를 강화할 위험도 있다. 지나친 정책 개입은 민간의 활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보호 정책과의 조율도 쉽지 않다. 데이터는 AI의 연료다. AI정책도 함께 다뤄야 하고, 데이터가 쓰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재산 인프라로 축적될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특허권 등 지식재산화도 연계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AI, 지식재산을 빼고 데이터만 논의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민간이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을 정책으로 개발해야 한다. 장애는 제거하고 폐해는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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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늘었다. 글로벌 환경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고,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어서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 발전이 혁신에 그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여러 정부기관이 각자 해결할 수 없고 함께 달려들어야 하는 중대한 현안이 늘고 있다. 정부기관 간 이해관계를 달리하거나 자신의 조직을 우선하는 칸막이식 구조에서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 조직도 데이터·AI·지식재산 시대에 맞게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해야 한다. 굳이 부·처·청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각 부처에 나뉘어 있는 데이터, AI, 지식재산을 모으고 총괄하는 '국가지식재산부' 같은 큰 정부기관을 만들자. 한 식구로 만들면 싸워도 덜 싸우고, 해결책도 나온다. 수장은 힘있는 부총리로 하면 좋다. 나머지 정부기관 안에도 데이터, AI, 지식재산을 지원하는 담당관을 두자. 겸직이어도 좋다. 그들이 우리나라 민간의 활력을 돕고, 그들로 하여금 AI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는 선봉에 서게 하자.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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