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백신·안보..."바이든 정부와 굳건한 한미동맹 확인"

韓 기업, 44조 투자 보따리 풀고
미사일 지침 해제·원전산업 협력
美 제조사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
백신 스와프 없었지만 '허브'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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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미래차, 바이오, 원자력 등 첨단산업 부문 협력을 강화한다. 또 미사일 지침 해제와 한국군 55만명 백신 지급, 북핵 공조 등 안보 부문 협력을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우리 기업은 이 과정에서 44조원 규모 미국 투자, 미국 제약사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성사시키며 '지원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171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사일 지침 종료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인도-태평양 역내 공조 △남중국해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 자유 △대만 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 △기후·보건·5G 및 6G 기술·반도체 포함 신흥기술 협력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등이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군 55만명에게 백신을 직접 제공하고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 두 가지를 '깜짝선물'이라고 표현하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한 한미미사일 지침을 종료한 것은 최대 성과였다. 42년 만에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서 '최대 800㎞ 이내'로 설정된 사거리 제한도 풀렸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가능해졌고 관련 기술 개발에 제약이 없어지는 만큼 민간용뿐 아니라 군사용 우주 로켓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미사일 주권을 완전 회복했다는 평가다.

반도체와 배터리, 미래차, 원자력 산업에서의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한 것도 성과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 우리 기업은 한미정상회담 전날인 21일(현지시간) 394억달러(약 44조원)이 넘는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만 20조원이 넘는 규모다.

미국의 대표적 화학기업인 듀폰도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센터를 한국에 설립키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 대표들이 여기 계신 것으로 안다.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주실 수 있나”고 말하며 '땡큐'를 3차례 연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이 참석했다.

한미 양국은 해외 원전시장 진출에도 함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 원자력 안전, 핵안보, 비확산에 대한 가장 높은 기준을 보장하는 가운데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 중동이나 유럽 등 원전 건설 수요가 있는 나라에 한미 양국이 기술협력을 통해 공동 진출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백신 등 바이오 산업 협력도 이뤄냈다. 양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선진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한 한미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목표로 제시했던 '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의 첫 발을 뗐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가 정상회담 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는 감염병 질환 연구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보건복지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는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백신의 개발·생산 MOU를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에서 생산된 모더나 백신 원액을 국내에서 완제 충전해 생산하게 됐다.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이 보다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움도 있었다. 5~6월 백신 물량 수급에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백신 물량이 넉넉한데 비해 상반기 물량이 부족하다며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추진해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스와프도 검토됐던 것”이라며 “한국보다 공공의료 체계도 훨씬 부실하고 치명률도 높은 취약국가들이 있는데, 미국으로서는 그런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공동취재단/서울=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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