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배터리는 우리에게 제2 반도체와도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이차전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배터리가 귀한 몸이 되는 것은 갈수록 더 뚜렷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포드가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미국에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공장을 합작 설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기차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이보다 앞서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도 LG에너지솔루션을 파트너로 택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180조원으로 메모리 반도체(150조원)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워낙 빨라서 2023년부터는 배터리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처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탄생한다면 국내 후방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에 앞서 밸류체인 개선이 필요하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리튬·니켈·전구체 등 주요 원재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고, 양극재·음극재·전해액 등 핵심 배터리 소재도 중국·일본에 뒤처진다. 배터리 역시 부품·소재 산업 육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2019년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부품·소재의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배터리를 제2 반도체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초를 다지지 않고 세우는 건물은 곧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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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배터리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SK이노베이션>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