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길어지는 전기차 시장 정체 여파로 7년여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25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SDI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약 7년 만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75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6조59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633억원으로 76.5%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4분기 실적 부진에는 배터리 부문 영향이 컸다. 배터리 부문 매출은 3조56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줄고, 영업손실은 2683억원을 기록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힘입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전기차용 배터리와 전동공구용 배터리는 수요 둔화로 고객사 재고 조정이 이뤄지며 매출이 줄었다.
특히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영업손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회성 비용에는 일부 재고 자산에 대한 평가 감가와 품질 관련 충당금이 반영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SDI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약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거시경와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재고 조정이 완료되는 하반기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경영 환경은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근본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하고 도전적으로 슈퍼사이클에 대비한 경영 기반을 다지겠다”며 “전사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 점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도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삼성SDI는 CAPEX로 6조6000억원을 집행했다.
김윤태 삼성SDI 부사장은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기조 하에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면서도 “GM 합작법인(JV)과 전고체 배터리, 리튬인산철(LFP), 46파이 배터리 같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기존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