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중앙 부처뿐 아니라 전 지역 스마트·지능화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 분권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어떻게 하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지역 주민 개개인에 맞는 정보화를 추진해 지역 스마트화를 이끌지 논의가 활발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앙 부처를 중심으로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추진, 세계가 인정하는 전자정부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제 스마트 시티, 스마트 타운을 넘어 '스마트 네이션(스마트 국가)'을 구현해야 하는 시점에서 지역 정보화 필요성이 커졌다.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하 개발원)은 지방자치단체 스마트 행정 정보화를 추진하고 지역 정보화를 이끄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대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은 숨가빴던 지난해 코로나 상황을 지나 올해 다양한 지역 정보화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 원장을 만나 개발원이 디지털 지방자치단체 구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지역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한 앞으로 계획 등을 들어봤다.
-개발원은 이미 많은 서비스를 개발, 지역에 제공 중이다. 주민이 생활 속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발원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는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많은 일이 개발원이 관리하는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겪게 되는 행정 처리를 보다 손쉽고 빠른 방법으로 처리해 준다. 출산·육아와 관련해서는 △임신부가 임신 진단 후 KTX 요금 할인, 엽산제, 철분제 등을 한 번의 신청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맘편한 임신 서비스' △출산 후 양육수당, 아동수당 등 다양한 수혜서비스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행복출산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업·취업과 관련해서는 △자원봉사의 신청과 실적관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지원시스템' △청년 일자리 제공을 위해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클린아이 잡플러스'도 운영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정서비스로는 △정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방문할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공문서를 제출하고 처리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는 '문서24' △도로명주소를 쉽고 정확하게 검색하고 관련된 활용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 △지방세를 손쉽게 납부할 수 있는 '위택스 서비스' △고령운전자들의 자발적 면허반납을 주민센터 방문 한 번으로 당일에 처리 가능하게 해주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서비스' △사망이후 확인해야 할 금융거래, 토지, 자동차, 세금 등의 재산 확인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 등이 있다.
생활 속에서 지자체가 제공하는 행정서비스 곳곳에 개발원 기술과 노력이 들어가 있다. 개발원은 앞으로도 행안부와 협력해 지역 균형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에서 코로나 관련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원이 함께한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함으로써 소비 진작을 통한 일상 회복에 나섰다. 개발원은 관련 유관기관, 민간금융사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최단기간 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노약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 286만여가구를 선별하고 행안부·복지부와 정보 공유를 통해 1조3000억원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함으로써 사각지대 없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기여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은 민간 카드사와의 협업으로 지원금대상자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지급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현금 지급을 포함해 총 2132만 가구에 14조3000억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개발원은 각 지자체에서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를 관리하기 위한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늘어나는 확진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의 숨은 공신 역할을 했다.
-개발원은 코로나19 관련 시스템 외에 디지털 정부 구현을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보다 편리하고 신속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노후화된 전자정부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안부와 개발원은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을 활용해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일하는 방식 혁신에 앞장섰다.
개발원은 지난해 차세대 정보시스템 성공적 구축을 위해 전문 인력 채용과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만반 준비를 했다. 행안부와 자치단체는 2023년 까지 약 3600억원 예산을 투입해 △차세대 주민등록시스템 △차세대 지방세입 정보시스템 △차세대 재정정보 관리시스템 △차세대 표준지방인사정보시스템 등 총 4개의 주요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
국민에게 최상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이 체감하는 지역혁신과 서비스 제공도 중요하다. 지난해 국민수요 맞춤형 생활안전 연구개발(R&D)사업과 지역격차해소를 위한 디지털지역혁신 사업을 운영했다.
행안부와 개발원은 주민생활체감형 서비스를 구현하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리빙랩 방법론을 도입했고, 아이디어 발굴에서 사업화에 이르는 과정에 주민과 전문가의 지속적 협업을 이끌었다.
생활안전 R&D사업은 지역주민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재난안전 관련 불안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해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다. 대표사례는 차량번호판 인식관련 기술개발이다. 화재 긴급차량 출동 시 불법 주정차 차량 이동 또는 둔치주차장 침수 위험 차량 이동을 차주 휴대폰으로 긴급 알림 문자를 전달함으로써 재난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몰래카메라로 인한 범죄 예방을 위한 정밀복합 탐지기기 △도심지 건설현장의 지반 붕괴 및 건축물 균열 등 상시 안전 확보를 위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관리시스템 개발 등 과제가 진행 중이다.
-정부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지역 격차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다. 디지털 기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디지털 전환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할 목표이지만, 디지털 전환의 편익이 모두에게 돌아가고 이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디지털 전환 인력과 예산, 정보화 수준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행안부와 개발원은 지역정보화 수준진단을 통해 각 지자체의 디지털화 추진 수준을 전 광역·기초 지자체에 개별 제공한다.
지역정보화란 정보화시대에 주민이 언제 어디서나 자치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달체계로, 성숙도에 따라 총 5단계로 구분한다. 개발원은 지자체별로 객관적인 정보화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지역정보화 발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지역의 부족한 정보화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 보다 세분화된 지역정보화 수준 진단을 통해 지능형 정부로 도약을 지원하고, 지자체별 특성에 맞는 실제적인 디지털 균형발전에 힘쓸 계획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자리잡기 위해 재정분권이 중요하다.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일자리 창출 등도 중요한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재정분권 취지는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여 자치분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만, 아직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개발원은 차세대 정보시스템 개발로 실질적인 재정분권에 힘을 더함으로써 진정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세대 재정정보관리시스템'은 지자체별 현안에 맞는 재정 통계를 실시간으로 자동 산출함으로써 가용재원, 재정추이 등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신속한 지방재정정책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지방재정 연계강화로 지방재정을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차세대 지방세입 정보시스템'은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실시간 통계 정보로 세수 변동을 예측하고, 촘촘한 과세 그물망으로 지능형 탈세를 예방할 수 있게 해준다. 개발원은 빠른 시일 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지자체의 실질적인 자치분권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개발원은 행안부와 함께 2018년 말부터 농산어촌 지역에 '스마트타운 조성사업'을 기획해 지방소멸 위기극복과 지역균형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경북 청도군에는 농산물 품질 향상과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스마트팜 솔루션' 도입을 지원했다. 서천군 한산면은 전통산업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다.
한산면은 소곡주 양조장만 69개가 모여 있는 곳으로 전통주 산업이 발달했다. 행안부와 개발원은 각 양조장의 역사, 당도, 도수, 제조자, 판매량, 판매방법 등을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체계화·디지털화함으로써 체험과 홍보, 판매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행안부와 개발원은 전남 완도군, 전남 고흥군, 경남 하동군, 강원 인제군 등에 스마트타운을 조성이며 올해도 신규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개발원은 앞으로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도 개발원은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장 중점을 둔 사업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뉴딜 정책은 데이터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는 경제 자원으로써의 중요성을 더욱 인정받는다. 주요 국가에서는 데이터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데이터 자원 확보와 데이터 활용, 인력 양성 등 국가 데이터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개발원도 이에 발맞춰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빅데이터분석활용센터' 등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지난 3월에는 행안부로부터 '데이터기반행정 전문기관'으로 지정 받았다. 현재 지자체 가명정보 관리 안정성 확보와 데이터 결합·분석 지원을 위해 '가명정보결합 전문기관'으로 지정을 준비 중이다.
지자체 데이터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각적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 공공 분야는 활용가치가 높은 방대한 공공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를 보유했다. 개발원은 데이터 기반 행정 전문기관으로서 지자체 데이터 기반의 정책방향 수립과 신규 사업 발굴 등 모든 과정에 걸친 종합적인 정책 지원과 컨설팅에 나설 방침이다.
지자체 공무원이 주요 정책 수립 시 경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융복합→인공지능 분석→정책제언 도출'로 이어지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분석으로 보다 신뢰 있는 행정을 구현하도록 지원한다.
민관협력으로 데이터 기반 표준분석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하겠다. '빅데이터 표준분석 모델'은 공공분야에서 수행한 우수한 빅데이터 분석모델의 활용 데이터, 절차, 기법 등을 표준화해 타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모델이다.
각 기관의 유사 모델 분석에 대한 비용 절감과 데이터 기반 과학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민관협력을 통해 코로나19, 고령화, 기후변화 등의 현안 이슈와 주민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서비스 중심의 분석모델을 발굴·확산함으로써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지자체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법제도 지원과 소통, 교육 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정책은 어떻게 준비하는.
▲개발원은 행안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지역 간 차별 없이 모든 지자체가 데이터기반행정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표준 조례안을 마련하려한다. 아울러 데이터 관련 정책·제도와 기술 조사·연구를 통해 지자체별 특성에 부합되는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규서비스를 기획·발굴하도록 지원하겠다.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의 데이터기반 행정 혁신을 이끌어가기 위해 지난 3월 행안부는 '데이터기반행정 책임관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개발원은 협의회를 적극 활용, 주도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일원화된 정책방향 설정과 데이터 공동활용 활성화 방안 마련에 앞장설 계획이다. 데이터기반 행정 강화와 신규서비스 발굴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전문성 부족으로 데이터기반 업무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의 데이터 관련 역량 강화를 위해 데이터 기획, 수집, 분석, 시각화, 활용 사례 등의 교육을 확대하겠다.
-최근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실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관한 개발원 방향은.
▲개발원은 많은 사업이 협력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구조적인 불평등 해소와 청렴문화 정착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협력업체와의 계약체결이나 대금지급을 전자적으로 관리해 이면계약이나 대금지급 정산 지연을 원천차단하고 있다. 사업자선정 평가 시 기술평가위원선정을 감사실로 일원화해 투명성을 제고했다.
갑질피해신고센터 운영과 인권경영 지원부서를 지정해 관련된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4대 폭력예방 교육 및 사이버신고 창구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행안부 산하기관 반부패 활동평가에서 '2년 연속 반부패 청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청렴의식을 꾸준히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중이다.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중요한 가치다. 지난해 개발원은 임직원의 자발적 기부로 조성한 '희망장학금'을 지역의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에게 전달했다.
'김장나눔행사'는 전통시장에서 김장김치를 구입해 지역 취약계층에게 전달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연탄배달, 헌혈캠페인, 사회적기업과의 협약 체결 등을 확대했고, 청사 내 도서관과 회의공간을 주민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기존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 삶의 질 개선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예정이다. IT 전문기관으로서 데이터 활용 인프라가 열악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 컨설팅 및 교육기회를 제공해 기업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중고등학생 대상 IT분야 진로체험이나 취업 준비자를 위한 교육,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등 양질의 사회공헌활동을 발굴해 지역사회와 상생할 계획이다.
◇지대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은…
2018년 7월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제5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숭실대에서 IT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에서 정보시스템 담당을 시작으로 삼성 SDS 통합서비스사업부, 스마트 컨버전스 본부 상무를 거쳐 삼성증권 정보시스템담당(CIO) 상무까지 민간의 다양한 업종에서 IT분야를 이끌었다.
사회보장정보원 상임이사를 역임하면서 민간에서의 경험을 공공기관에 접목해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호서대 디지털기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국무총리실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과 행안부 전자정부추진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부문을 아우르는 지능정보 시스템 전문가로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한 단계 성장시켰으며, 디지털 뉴딜의 성공적인 정착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시스템 구축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정책학회가 시상하는 한국정책대상을 수상했다.
정리=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