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최초로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상품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본, 중국 등 수출 경쟁국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아미르 페렛츠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과 '한-이스라엘 FTA'에 정식 서명했다. 지난 2016년 5월 협상 개시 선언 이후 5년여 만이다.
양국 FTA는 총 여섯차례 공식 협상을 거쳐 2019년 8월 최종 타결됐다. 작년 10월 법률검독과 서명에 필요한 국내절차를 완료하고, 이날 서명식을 개최했다.
유 본부장은 “이스라엘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강한 제조업 기반이 결합돼 시너지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번 FTA가 양국의 기술혁신과 첨단산업 협력을 촉진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한국은 전체 품목 중 95.2%, 이스라엘은 95.1%의 관세를 철폐하면서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달성하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 이스라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관세율 7%) 및 자동차부품(6~12%), 섬유(6%), 화장품(12%) 등의 관세가 사라지면서 현지 시장 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스라엘 관심 품목이자 우리 민감 품목인 자몽(30%, 7년 철폐), 의료기기(8%, 최장 10년), 복합비료(6.5%, 5년) 등은 철폐 기간을 확보하며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도체·전자·통신 분야에서는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대 이스라엘 수입 1위 품목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총 수입액 중 17.6%)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2위 품목인 전자응용기기(16%) 관세는 3년 이내 없애기로 했다.
양국은 서비스·투자 부문에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을 도입,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정(GATS) 수준 이상 개방을 약속했다. 그동안 '설립 후 투자'에만 인정됐던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등을 '설립 전 투자'에도 적용한다. 최장 63개월로 제한된 우리 주재원 체류 기간에 연장을 허용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양국은 공동연구과 기술이전, 연구인력 교류, 법·제도·지식재산권(IP) 정보교류 등으로 항공, 보건·의약, 빅데이터, 재생에너지, 농식품 등 다양한 기술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창업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별도 부속서를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FTA 혜택을 조속히 누릴 수 있도록 연내 발효를 목표로 국회 비준 등 남은 국내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