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부, 서비스 산업 혁신 '표준'으로 일군다…글로벌 주도권 경쟁 본격화

디지털·비대면 시대 새 질서 구축
4차 산업혁명 퍼스트무버로 도약
유통·의료·교육·약자배려 등 총망라
新시장서 불거질 문제에 선제 대응

#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100대 핵심 '서비스 표준' 개발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등장과 비대면 경제 확산, 산업 디지털 전환(DX) 등으로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창출되면서 '표준'이 산업 혁신을 위한 핵심 요소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서비스 산업 수요 변화 등을 적극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 표준을 '마중물' 삼아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속속 서비스 표준화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제표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표준 개발부터 소비자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서비스 표준 생태계 구축은 물론 국제표준을 선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퍼스트무버' 지위를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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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표준'을 주목하라

서비스 표준은 특정 서비스 제공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침이다. 통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구조와 프로세스 요구사항으로 구성된다. 고객 응대, 불만·보상처리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콜센터 서비스표준(KS S 1006-1)과 시설요구사항 등을 규정한 장례식장 서비스표준(KS S 2021-3)이 대표 사례다.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에 따른 신규 서비스 표준이 요구되고 있다. 로봇,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기술간 융합으로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적 약자 보호,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을 위한 서비스 표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회수요 변화에 선제 대응 기반으로 표준을 제정하면 한층 튼튼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산업계는 형태를 가진 '제품'의 표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앞으로는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 등에 따라 무형의 '서비스 표준'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서비스 표준 강국'을 노린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제3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2021년 제2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 표준화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이 서비스 표준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지난 60년간 축적한 표준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적 서비스 표준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유망 서비스 △생활 서비스 △사회안전 서비스 등 3대 분야에서 100대 표준을 개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 품질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상훈 국표원장은 “국내 서비스 표준화는 지난 60년간 산업발전을 견인한 제조업 표준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DX 가속화, 비대면 경제 활성화 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은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략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신규 서비스 창출 여부, 표준 제정 시급성, 국제표준화기구 표준화 동향 등을 종합 검토하는 한편 산·학·연 전문가 수요조사와 심층 검토를 거쳐 100대 표준화 과제를 선정했다.

유망 서비스 부문에서는 물류·유통, 보건·의료, 전시·관광(MICE) 분야에서 45종을 개발해 국제표준화에 나선다. 코로나19에 따른 서비스 산업의 비대면화 및 DX를 지원하는 한편 국제표준을 선점해 차세대 산업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총 21종 표준 개발에 나서는 생활 서비스 부문에서는 근무·교육 환경 비대면화, 레저활동 등에 대한 소비자 관심 증대 추세를 반영했다. 사회안전 서비스는 공공안전, 환경안전, 약자배려 관련 표준 34종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상훈 원장은 “표준이 실생활에 확대될 수 있도록 서비스 분야 KS인증을 확대하고 표준과 인증분야 전문가를 양성할 것”이라면서 “서비스 표준화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 고품질 서비스 시장 확립, 신시장, 일자리 창출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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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산업계, 서비스 표준화 속도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최근 수년간 서비스 표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산업계에 특정 서비스를 일정한 품질로 제공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유럽표준화위원회(CEN)는 지난 2017년 △서비스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및 대화 △표준화 우선순위 분야 선정 △국제표준화 기구 협력 △유럽서비스 표준화 시스템 현대화 등을 담은 '서비스 표준화 전략계획'을 수립했다. CEN에는 독일, 영국,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 표준기관이 협회로 참여하고 있다. CEN은 이번 전략계획에 따라 공통표준과 산업군별 표준이라는 투 트랙으로 서비스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독일표준원(DIN)은 2015년 '서비스분야 표준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서비스산업을 18개 산업군으로 분류하고, 표준화 잠재력 등을 조사·분석하는 게 핵심이다. 교육과 상거래를 비롯해 사회, 비즈니스, 문화, 금융 등을 망라했다.

프랑스표준협회(AFNOR)는 1994년도부터 서비스 인증제도 시행 이후 관광, 금융 등으로 서비스 인증 지속 확대하고 있다. 전통·분석·신규 트렌드 등 3개 분야로 분류해 서비스표준 및 인증을 추진한다. 현재까지 약 32개 분야에서 7000개 이상 기업이 서비스 인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왕립표준협회(BSI)는 반뇌물, 고객센터, 정보기술(IT)서비스 등에서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특히 자동차 보험사와 협력해 900개 이상 보험사가 차량수리(BS 10125) 인증을 획득했다. 해당 표준은 정비소가 안전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세스 및 절차를 제공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7년 1월 관광업계 서비스품질 관련 '오모테나시' 규격인증을 도입했다. 자국 서비스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증제도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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