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지난 2019년 '국가지능화 종합연구기관'을 표방하고 기관과 국가 전반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지능화 핵심인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을 강화해 정보통신기술(ICT) 혁신과 국가지능화를 이룬다는 포부다. 중심에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소장 김형준)'가 있다. 첨단 지능화 기술로 각종 생활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전담한다. 주력부서 명칭도 기술수요 중심으로 설정했다. 도시·교통, 복지·의료, 에너지·환경, 국방·안전, 제조·산업 분야 연구단들이다. 이들 연구단을 중심으로 기술정책과 표준화, 정보보안을 전담하는 본부도 갖췄다. 국가지능화로 우리나라를 더욱 똑똑하게 만든다는 김명준 원장의 경영철학 아래 지능화융합연구소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개방형 국가지능화 플랫폼' 구축 방향과 주요 연구 사례 등을 살펴봤다.

최근 지능화융합연구소는 새로운 도전에 착수했다. 개방형 국가지능화 플랫폼 구축이 그것이다. 이 플랫폼은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 사회, 산업, 공공 영역을 AI나 빅데이터와 같은 지능정보기술을 매개체로 신개념 제품이나 서비스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개방형 국가지능화 플랫폼 기반 마련 노력

지능화융합연구소는 개방형 국가지능화 플랫폼으로 다양한 국민생활문제를 도출하고, 대국민 눈높이에 맞춰 서비스할 수 있는 해법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술수요와 기술공급 주체 간 연결로 이들의 상호 수요를 만족시키고, 여러 필요 기술간 화학적 융합으로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까지 개발·확산시키는 것이 플랫폼 목표다. 국민 수요를 직접 받아들여 시류에 맞는 사회문제를 해결해 가는, 소위 '동작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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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개방형 국가 지능화 공통 플랫폼 인포그래픽>

개방형 국가지능화 플랫폼은 ICT 기술과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지능정보기술을 융합해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솔루션을 만들어 내며, 수집되는 데이터를 표준모델로 구조화한다. 또 이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개방한다. 당연히 관련 데이터와 API도 제공할 예정이다.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지능화 솔루션과 데이터 및 API를 중소·벤처 기업, 지자체와 교육기관 등 공공기관, 다양한 개발자 커뮤니티 등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공통 개발 환경도 구축할 계획이다.

◇AI 기술로 범죄 없는 도시 구현

물론 플랫폼만 만든다고 끝이 아니다. 플랫폼을 통해 수요자에 전달될 기술이 있어야 한다. 지능화융합연구소는 이미 다양한 분야별 사회문제 해결 기술 개발 성과를 내고 있고, 지금도 연구에 힘쓰고 있다.

연구소 내 여러 그룹이 AI 기술을 활용, '범죄 없는 도시'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국방안전ICT연구단(단장 이용태)은 '범죄위험 예측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경찰 신고 및 수사 데이터를 학습해 범죄위험 상황을 조기에 탐지하고 수사관 의사결정을 돕는다. 최적의 단서 제공, 초동대응 지원으로 범죄를 조기에 인지하고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복지의료ICT연구단(단장 박수준) '밀수 잡는 AI 국경수사대' 기술은 컨테이너 화물 속 밀수품을 적발하는 X-레이 이미지 판독 기술이다. 컨테이너 내부 이미지를 고속으로 판독하며 총기나 도검과 같은 물품을 자동 식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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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차량 식별 기술>

정보보호연구본부(본부장 김익균)은 '용의자 차량을 추적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해상도가 열악한 CCTV 영상에서 차량 모델을 분류하고 훼손된 번호판까지 판독해 낸다. 생성적 적대신경망(GAN)을 이용, 정확도를 극대화했다.

김익균 본부장은 “단순히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범위를 넘어 범죄를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까지 AI 기술로 실현 가능해졌다”며 “국민이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편리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지능화융합연구소는 국민의 '편리하고 건강한 삶'을 구현하는 연구에도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물류사각지대 산간도서 주민을 위한 AI 드론 기술이 지능화융합연구소에서 움트고 있다. 도시교통ICT연구단(단장 신성웅)이 연구 주체다. 이들은 10㎏ 물건을 10㎞ 범위 내, 100% 안전하게 전달하는 드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신성웅 단장은 “내년까지 총 1000회 시험운영을 완료해 긴급한 의약품, 생필품 배송에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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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도서 주민 건강을 위한 AI 드론 기술>

복지의료ICT연구단은 미래 건강 상태를 예측해 주는 'AI 주치의'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병원 진료기록의 건강지표를 통합 분석해 미래 특정 시점의 건강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질병에 사전 대응해 건강수명을 늘리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복지의료ICT연구단의 박수준 단장은 “수명이 늘어나면서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며 “국민이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 수 있는 기술 개발로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를 향해

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기술도 있다. 국방안전ICT연구단은 지치지 않는 화재 감시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건축물 3차원 공간정보를 활용, 예방부터 대응까지 재난관리 전주기를 관리, 화재 피해를 최소화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피난경로가 복잡한 다중이용시설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119신고 데이터를 분석, 재난상황별 대응방법을 자동 제공하는 '지능형 재난 상황인지 및 대응지원 시스템', 지하공동구 재난안전관리를 위한 '레일형 AI 로봇'도 개발 중이다. 작은 불꽃, 연기 인식으로 대형 화재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정보보호연구본부의 산불감지 AI 지킴이 기술도 이목을 끈다.

한편 국방안보력 강화를 위한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다. 군 정보통신 인프라 신뢰성과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스텔스 네트워크 기술과 국군장병들의 군내 안전사고 감소와 복무 만족도를 향상하는 AI 대화형 안심병영 플랫폼 등 국방 ICT 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용태 국방안전ICT연구단장은 “국민 생활 속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국민 맞춤형으로 안전한 체감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R&D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산업IoT지능화연구단(단장 박준희)은 스스로 비행해 재난 현장 상황을 알아내는 군집 탐색 드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비행 계획을 세우고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위험지역에서 실내외 편대비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산업IoT지능화연구단은 스스로 제품의 제조방법을 학습해 여러 상황에 맞게 작업을 수행하는 '팩토리봇'과 이를 연계한 '자율공장'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준희 단장은 “협력형 팩토리봇으로 산업 현장 사고를 대폭 줄이면서 생산성 높은 다품종 유연제조가 가능한 미래 자율공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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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저감형 청정 공장 관리 기술>

◇세상을 보다 깨끗하게

깨끗한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 개발은 에너지환경ICT연구단(단장 이일우)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 분야인 용해, 제지, 식품, 바이오 및 의약 업종에 특화된 '에너지 저감형 청정 공장 관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실시간 에너지 데이터 기반 공정 맞춤형 에너지 분석으로 소비현황을 진단하고 적절한 에너지 절감 포인트를 찾아내 준다. 12~15% 에너지 절감이 목표다. 이 기술로 개발된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표준 경량 플랫폼은 에너지효율화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중소공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에너지환경ICT연구단은 '친환경 에너지 자립 도시'도 고안했다. 이른바 플러스 에너지 주택단지 커뮤니티 기술이다. AI가 수요와 공급을 예측한 결과를 토대로 태양광을 설치하고, 주민 전기 소비 행태를 분석, 남는 전기는 이웃끼리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이일우 단장은 “깨끗한 환경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적극 대응해야 할 분야고, 이 때문에 탄소중립을 완성하기 위한 에너지 효율화 및 최적화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