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후보 중에 황화물계가 가장 유리하다고 봅니다. 원료 순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과정이 꼭 필요하지만 산업계와 협력해 문제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소재 성능 부분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조우석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책임연구원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동향 및 이슈' 발표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체 전해질 개발 선결 과제인 원료 순도와 가격 경쟁력 확보도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뛰어난 성능과 높은 안정성으로 차세대 배터리 혹은 미래 배터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조 책임연구원은 “토요타 자동차를 필두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이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업계 전고체 개발 방향을 소개했다.
전고체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체 전해질은 소재와 특성에 따라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 △하이브리드계 △준고체 전해질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이 뛰어난 이온전도성, 대면적·후막화, 고온·고압안정성 등 특성으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방향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쪽으로 기운 것도 이 때문이다.
조 책임연구원은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 자료를 인용, 2025년쯤 1세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에는 배터리 시장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원료 가격이 만만치 않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황화리튬이 주 원료다. 현재 킬로그램(㎏)당 1만2000달러 정도다. 조 책임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전제 조건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황화리튬이 50달러/㎏까지 낮아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현재 대비 240분의 1 수준이다. 또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수분 반응성이 높아 유독가스인 황화수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
KETI는 이수화학, 씨아이에스 등과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을 확보 중이다. 이수화학은 저렴한 황화리튬 합성 공정 개발에 뛰어들었다. 공정 최적화로 2024년까지 킬로그램당 50달러 이하 황화리튬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말 KETI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난제인 수분 반응성을 획기적으로 억제하는 소재 기술을 개발, 씨아이에스에 기술 이전했다. 이 기술로 고체 전해질 대기 노출 시 황화수소 가스 발생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조 책임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 소재는 꽤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그러나 (전기차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극을 넓게 만들고 적층하는 등 실제 셀을 구현하는데는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전고체 배터리 공정 최적화가 인력과 비용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분야라는 의미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