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카드 인프라 대체 플랫폼 예고
본인만 결제 가능…도난·분실 위험 줄여
삼성전자, 삼성카드·마스터카드와 협력
센서 업체와 '지문인식 IC칩' 단가 협상
유럽연합(EU)이 다목적 지문 신용카드를 상용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십년 동안 결제시장을 독점해 온 플라스틱 카드 인프라를 대체하는 새로운 플랫폼 시장의 탄생을 예고했다.
21일 EU의 연구개발(R&D) 정보서비스(CORDIS)는 “지문센서, 다중 인터페이스 및 백엔드 인증 시스템을 갖춘 획기적인 생체 인식 스마트카드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U는 지문인식을 정부신분증, 신용카드, 블록체인 등에 대폭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문신용카드는 사용자 지문정보를 저장하고 인증할 수 있는 집적회로(IC) 칩이 내장된 카드이다. 지문 센서에 손가락을 올린 상태에서 카드를 단말기에 삽입하거나 터치하면 결제가 진행된다.
해외에서 결제 시 비밀번호나 핀(PIN)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밀번호 노출 우려가 없다. 지문 인증을 통해 본인 결제만 가능해 실물 카드 도난, 분실에 따른 부정 결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지문인증카드는 IC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국내·해외 가맹점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지문신용카드는 결제단말기에서 전원을 공급받기 때문에 카드에 별도의 배터리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
이 같은 지문신용카드는 EU가 자금을 투자한 쿼드카드(Quardcard)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4년 동안 수행된 프로젝트다. 목적은 지문인식 등 생체인식을 스마트카드에 결합해 더 안전하고 편안한 인증과 인식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문신용카드는 스마트카드와 최신 생체 인식, 마이크로 전자공학을 결합한 최초 제품”이라면서 “온라인 결제를 쉽게 하게 하고 모든 데이터를 오프라인 카드 내부에 저장하는 안전한 생체 인식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자기 소유의 카드에 저장된 지문 탬플릿과 소유자 지문이 일치할 때만 작동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향상된다”면서 “지문카드는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지급결제서비스 지침 개정안(PSD2)을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에서 지문카드를 본격화함에 따라 페이먼트 시장에서도 생체 기반의 카드 대중화를 예고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다수가 이미 생체인증 시장에 뛰어들었다. 단순 결제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문신용카드에 여권·신분증 인증 등 모든 기능을 집적한 이른바 '원카드' 플랫폼 구축에 한창이다.
비자는 마운틴아메리카크레디트유니온(MACU)과 지문카드 상용화에 앞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코나아이가 비자가 미국에서 추진하는 지문카드 시범 서비스에 카드 공급사로 참여했다.
국내에선 삼성카드가 삼성전자, 마스터카드와 함께 '지문인증카드'를 올 하반기에 출시한다. 국내에선 아직 지문신용카드 시범사업 전례가 없다. 이번에 개발하는 지문신용카드에는 삼성전자의 '지문인증 IC칩'이 사용된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지문인식 카드 양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삼성은 센서 협력업체들과 단가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문인식센서 원가는 5~8달러, 지문신용카드 단가는 10달러 정도로 높은 편”이라면서 “삼성전자는 양산 시 5달러 안팎의 공급망 체계 조성을 위해 작업하고 있다. 향후 지문신용카드가 결제시장에 큰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