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팀장이 이끄는 '젊은 라방'…홈앤쇼핑 파격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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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앤쇼핑 라이브커머스팀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본사에서 전자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좌측부터)김재현 사원, 임재성 팀장, 배연지 대리

홈앤쇼핑 라이브커머스팀은 최근 마른 노가리를 씹고 뜯는 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자율감각쾌락반응(ASMR) 방송을 열었다. '힙지로'로 불리는 서울 을지로 골목 노가리를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먹방 ASMR로 소개하자 순식간에 수천 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올해 입사한 팀의 막내 김재현 사원의 아이디어였다. 김 사원은 “기존 홈쇼핑 포맷을 벗어난 젊고 틀을 깬 콘텐츠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홈앤쇼핑은 지난 3월 모바일 라이브 '팡LIVE'를 운영하는 라이브커머스 조직을 독립팀으로 개편했다. 전담 인력을 2배 늘렸고 주 5회였던 방송 횟수도 주 20회 정규 편성으로 확대했다. 특히 사내 공모를 통해 1988년생 임재성 모바일 상품기획자(MD)를 최연소 팀장으로 발탁했다. 그렇게 평균 나이 30대 초반 직원 8명이 한데 뭉쳐 라이브커머스팀이 새롭게 꾸려졌다.

회사가 팀에 요구한 것은 기존 홈쇼핑의 문법을 깨는 일이다. 주 고객층이 4050대인 TV홈쇼핑과 달리 라방은 MZ세대가 주력이다. 시장 변화 속도가 워낙에 빠르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트렌드에 더 민감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젊은 감각이 필요했다.

임 팀장은 “상품과 콘텐츠 모든 측면에서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 기존 홈쇼핑과 완벽하게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며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커머스 장점을 살려 예능 요소와 쇼핑 정보가 결합된 재밌는 방송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팡라이브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TV홈쇼핑과 비교해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다. 예능에 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탄 '와플팬'과 먹방으로 인기 있는 '토마호크 스테이크' 등 철저히 MZ세대 취향을 반영했다. 홈앤쇼핑 모바일 MD와 중소기업 판로 지원 조직인 '일사천리팀'이 젊은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발굴하고 셀링 포인트까지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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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앤쇼핑 라이브커머스팀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 본사에서 팡라이브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지호 기자)

독특한 상품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상품 판매 비중도 90%까지 늘었다. 1분기 라이브 방송 60회 중 54회가 중소기업 제품 판매였다. 이처럼 팡라이브는 입점 허들이 높은 TV홈쇼핑을 대신해 중소기업 판로 제공 역할을 한다. 임 팀장은 “팡라이브 판매 수수료율은 TV채널(21.9%)의 절반 수준인 10%대로, 중소 파트너사 마진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팡라이브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홈앤쇼핑은 전체 취급액의 80%가 모바일 채널일 정도로 홈쇼핑사 중에 모바일 비중이 큰 업체다. 그러나 e커머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모바일 콘텐츠 역량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팡라이브 조직을 별도로 꾸려 힘을 실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인 라이브 방송에 돌입해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이달 기준 누적 시청수가 60만회를 넘어섰다. 올해 목표로 삼은 누적 시청수 100만회도 가뿐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배연지 라이브커머스팀 대리는 “팡라이브의 가장 큰 특징은 시청자와 판매자가 실시간 소통한다는 점”이라며 “고객이 직접 방송에 참여해 제품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구매 전환율이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홈앤쇼핑은 올해 팡라이브 취급액을 36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 실적과 비교하면 25배가량 늘어난 목표다. 임 팀장은 “기존 동영상 콘텐츠를 모바일 라이브 방송으로 개편한 이후 거래액이 월평균 18%씩 늘고 있다”면서 “수평적 의사소통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 TV홈쇼핑과 차별화할 수 있는 팡라이브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 박지호기자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