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도하는 백신여권 애플리케이션(앱)이 개통됨에 따라 개별적으로 백신여권 서비스를 준비하던 민간업체 사업 향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질병청이 코로나19 백신접종기록이 민감 자료라는 측면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질병청이 14일 선보인 백신여권 '쿠브' 외에도 민간에서 다수 사업자가 DID 기술을 활용한 백신여권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블록체인 시범사업 일환으로 'DID 집중사업' 공모를 올해 초부터 진행, 5개 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주도 DID 연합체는 백신접종 여부 확인에 DID를 활용하는 과제로 지원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아이콘루프·코인플러그·라온시큐어 등 DID 전문 블록체인 업체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KISA 사업과 별도로 메디블록은 DID 기반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백신패스' 서비스를 이달 선보일 계획이다. 자체 앱 메디패스를 통해 질병관리청 및 연동 의료기관에 등록된 접종 이력을 모바일로 관리하고 확인하는 방식이다. 메디블록의 블록체인인 패너시어를 활용해 진본 여부를 검증한다. 국제 단체 W3C 규격을 따르는 만큼 향후 국가 간 적용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민간 백신여권 사업자들의 경우 질병청과 협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간 사업자들은 DID 기술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질병관리본부에 접속해 백신접종내역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자체 백신여권 개통 계획을 밝힌 이후로 민간업체들의 질병관리공단 백신 접종 내역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막아 개발에 난항을 겪게 됐다.
블록체인 업계 일각에서는 보안, 안정성, 국제표준 공조 등을 위해서는 백신여권에 DID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질병청이 도입하는 질병여권이 단순 QR코드에 기반한 중앙집중형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청에서 발급하는 백신여권에도 DID 기술이 적용되는 이상 질병청에 협조를 구할 명분이 희석됐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쿠브 앱에 DID 기술이 이미 도입됨에 따라 질병청 기술이 민간 기술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혹에 대해 방어논리가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질병청이 민간에 백신접종 데이터 접근을 허가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