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11)AI 기반 행정혁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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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

정부 민원상담시스템을 이용할 때 듣는 기계음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시대에 공무원을 만나기 쉽지 않다. 웬만하면 인터넷을 이용하라고 한다. 정부는 2019년 12월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클라우드 도입, 모바일 업무 환경조성 등 차세대 지능형정부 구현은 물론 데이터베이스(DB)화 및 AI 활용으로 차세대 사회보장시스템, 맞춤형 문화복지, 고품질 특허정보 제공, 환경오염 대응, 생활안전, 인프라시설 안전 등 공공서비스를 혁신한다고 했다.

정부가 2020년 7월 8일 발의한 행정기본법 제정안 제20조는 재량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AI를 포함해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단순·반복 업무, 조건과 기준이 명확한 업무를 중심으로 자동화된 행정이 늘 것이 기대된다. 과연 이것만으로 AI 기반 행정이 혁신했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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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사례를 보자. 2500년 전 중국은 수많은 나라가 뒤얽힌 춘추전국 시대다. 상인은 나라를 넘을 때마다 통행세·관세를 냈다. 나라마다 무게, 길이를 재는 단위와 화폐가 달랐고, 국경을 넘을 때는 규격에 맞지 않는다고 마차 바퀴조차 바꿔 끼워야 했다. 북쪽 흉노의 침입에도 나라마다 전략이 달라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도량형 통일과 세금 개편, 군제 개편을 통해 모순과 혼란을 일거에 혁신했다. 경제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

진시황 사후 항우가 막강한 군사력·자금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방에게 패한 이유도 그것이다. 백성이 원하지 않는 낡은 옛 질서로 돌아가려 했기 때문이다. 칭기즈칸의 몽골이 실크로드를 경영한 방식도 다르지 않다. 많은 나라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상인은 국경을 넘을 때마다 세금을 내야 했고, 절차도 번거로웠다. 실크로드를 장악한 몽골은 상인의 안전을 보장했다. 통행세·관세를 폐지하고, 상품의 최종 판매가 이뤄지는 곳에서 딱 한 번 세금을 내게 했다. 세금을 낼 때나 거래를 할 때 쓰이는 화폐도 은으로 통일했다. 모든 난관이 제거됐으니 무역과 거래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단순·반복 업무, 조건과 기준이 명확한 행정업무에 AI를 활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비용을 줄여 중요 현안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AI 기반 행정혁신은 국가의 중대 현안을 신속·명확·공정·투명하게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대 현안의 성격상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 수집과 난도 높은 분석, 정책 대안 마련 및 제시가 필요하다. 여기에 AI를 도입·활용해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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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국가의 굵직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AI를 활용해야 한다. 부동산, 물가,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과 코로나19 등 감염병 예방 등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데 공공·민간·국내외 데이터 취합과 AI 분석을 통해 진단하고 그 결과물로 정책을 끌어내고 집행하는 것에 깊이를 더했으면 좋겠다.

둘째 정부 부처 간 중복·모순·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업무 처리에 AI 활용을 강화했으면 한다. 사업 인·허가 주무관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관계된 M&A 승인 결정이 그것이다. 산업현장·생활공간 안전에 관한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부, 고용노동부의 정책 결정 및 집행도 마찬가지다. 전자정부법, 행정기본법, 개인정보보호법을 활용한 정부 부처 간 데이터 공유 및 처리 협의와 의사결정을 위해 AI를 활용하면 신속하면서 공정하고 모순이 없는 원스톱 정책 결정과 집행이 가능하다. AI는 불필요한 중대 규제를 찾아 제거할 때도 도움이 된다.

셋째 AI 취약계층에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비대면 공공서비스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국민은 또 다른 어려움에 발을 구르고 있다. 이들을 지원할 효과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및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의 AI 기반 행정혁신 없이 민간의 AI 혁신을 요구할 수 없다. 경제활력 제고, 사회문제 해결과 글로벌 디지털 강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AI 기반 행정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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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AI-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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