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 발목잡는 규제, 신중하자

'불필요한 규제는 최소화' 하자는 이야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업계 간담회와 학술대회, 토론회에서 규제가 우리의 잠재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소리가 계속 나온다. 물론 모든 규제가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안전기준, 친환경규제 등은 전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이런 기준이 더 좋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선한 기업에게 더 큰 기회를 준다는 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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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규제 확대는 대체로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왔다. 우리 산업계에선 방치된 수많은 '대 못'을 아직 뽑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더 규제가 강화되거나 새 규제가 만들어지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최근 불거진 의료 광고사전심의 강화도 한 예다. 의료 서비스 플랫폼 사업이 활성화되자 의사업계 주도로 사전심의 강화 주장이 나왔고, 다수 국회의원이 이를 동조해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2015년 위헌 판결이 났다. 그럼에도 강력한 기득권층이 신산업 규제를 들고 나왔고, 우리 국회는 전통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외형은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새 도전자를 막기 위한 조치로 규제가 활용된 셈이다.

이런 문제는 여러 곳에서 반복돼 왔다. 사업 초기 소비자 호평을 얻었던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가 불법이 되면서 사실상 퇴출됐다. 이 역시 전통적 사업자인 택시의 의견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신사업을 좌초시킨 사례다.

새로운 신산업, 특히 최근 각광받는 비대면 비즈니스 대다수가 이전 존재하던 사업자와 경쟁하는 일이 잦다. 아예 세상에 없던 독창적 사업보다는 기존 사업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시도들이다. 하지만 이런 신사업에서 우리 도전자들은 해외 경쟁국들은 겪지 않는 규제에 봉착하는 일이 많다.

규제는 새로운 혁신을 막는다. 대체로 기존 기득권층의 지위를 유지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도전하는 문화를 차단한다. 시장에도 부정적인 시그널을 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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