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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지난해 이맘때 필자는 다섯 번째 연재 'AT&T, 미디어 왕국을 향한 갈지자걸음'으로 'AT&T TV'를 다뤘다.

AT&T의 AT&T TV 출시는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와 그 변화에 대한 미디어 사업자 대응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전문가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2015년 50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인수한 디렉TV(DirecTV)를 사모펀드 투자를 받아 AT&T로부터 분리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실상 매각을 위한 전초전으로 풀이된다.

AT&T 미디어 왕국을 위한 갈지자걸음 후속편인가 아니면 완성판인가.

AT&T는 디렉TV 인수를 통해 위성방송에 '가상유료방송서비스(vMVPD)' DirecTV 나우를 출시했다.

이후 지난해 3월에 인터넷으로 스트리밍하는 AT&T TV를 출시했다. AT&T는 U-verseTV(IPTV), DirecTV(위성), DirecTV 나우(vMVPD)와 AT&T TV(MVPD)까지 네 종류 방송 서비스를 모두 하게 됐다.

2019년에는 90조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타임워너를 인수했고, 인수한 HBO를 지렛대로 삼아 OTT(HBO맥스)를 출시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과정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AT&T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됐다. 결국 HBO맥스를 제외한 모든 플랫폼 성격 방송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엄청난 투자 손실을 감수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통해 AT&T 미디어 전략을 정리한 듯하다.

“이번 결정은 커넥티비티와 콘텐츠에 대한 투자 및 운영의 초점을 맞추면서 5G 무선 네트워크, 광 유선네트워크와 HBO맥스를 통한 고객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언급한 AT&T 최고경영자(CEO) 얘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유료방송의 지속적인 급변 속에 사업분리 결정은 고객의 필요성을 충족시키면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끔 유연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영진도 선택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 고백은 AT&T가 미디어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AT&T의 어려움은 단지 운영과 전략적인 차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디렉TV 인수 이후 시기적으로 유료방송은 빅뱅이라 부를 정도로 급변했다. 유료방송 코드커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했지만 OTT 급성장은 유료방송 사업자를 혼돈 상황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디렉TV를 인수하면서 AT&T는 거의 동일한 서비스인 소위 가상유료방송서비스(DirecTV 나우→AT&T TV)를 지속 출시, 코드커팅을 만회하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타임워너 인수를 통해 출시한 HBO맥스로 OTT 등장과 성장으로 촉발된 미디어 빅뱅 상황에 대응하도록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커넥티비티와 콘텐츠, 5G와 유무선 광네트워크를 통해 세상을 단지 연결하는 dumb pipe(단순망제공사업자)가 아닌 콘텐츠로 채운 망으로 가입자를 확보·유지·소통하겠다는 것이 전략일 것이다.

AT&T 갈지자 걸음은 시즌2에서 끝날 것인가 아니면 후속편으로 이어지게 될 것인가. 시즌2에서 이 드라마가 끝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미디어빅뱅이 만들어 낸 드라마다.

빅뱅은 에너지 축적으로 시작된 폭발이 지속적인 폭발을 낳는 현상이다. 인터넷과 디지털혁명이라는 에너지 폭발로 촉발된 미디어 빅뱅이기에 새로운 시즌은 계속될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