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년, 차기정부에 바란다' 좌담회
정부 조직 확대보다 '민간 권한' 키우고
국정 전반 정책이념으로 과학기술 적용
인사청문회 '도덕성·정책' 검증 분리를
20대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차기 정부에선 정부 조직을 축소하고 민간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970~1980년대 고도성장 시기의 정부 주도 성장에서 민간 주도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정부 조직을 추가로 만들거나 불려나가기보다는 민간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 조직이 개편돼야 한다”고 밝혔다.
본지가 대선 1년을 앞두고 여야 중진 의원과 정치평론가를 초청해 연 '대선 D-1년, 차기 정부에 바란다' 좌담회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김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박상철 경기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가 참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진표 의원은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등 정부 조직 확대를 경계했다. 모든 경제산업 환경이 과학기술을 혁신시키며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정 전반에 과학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국가정책 이념이 돼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도 과학기술 발전을 국가목표로 정립했고, 이에 대한 실천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추진 중이다. 성과 달성의 핵심은 과학기술”이라고 말했다. 모든 정부부처가 과학기술을 활용해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과기부총리 등이 신설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4선 중진으로 울산시장을 지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현 정부도 규제와 관련해 큰 정부를 지향한다. 정부가 모든 일에 관여하는 그런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차지하는 것보다는 민간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성가족부와 통일부에 대해선 효용성 문제도 언급했다. 여가부에 대해선 오히려 여권 신장에 장애 요소가 된다고 판단했다. 통일부에 대해선 외교부와 업무가 엇갈리면서 상대 국가에 잘못된 메시지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는 국가안보실 산하에 통일업무의 실질적 권한을 주는 통일특별보좌관을 두고 조율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두 의원 모두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에 대해선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김진표 의원은 “세계적으로 정부가 초·중·고와 대학까지 모두 정책을 관장하는 나라는 없다”며 “헌법을 고쳐야 하지만 중앙부처는 대학교육 일부만 담당하고 대학입시는 대학 자체가, 초·중·고 교육은 지방정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5년 대통령 단임제 특성상 교육정책이 5년마다 변경되면서 결국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철 교수는 차기 정부에선 통합정부 구성을 바랐다. 대북정책과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에 지키지 못한 것이 있다면 통합정부다. 그게 바로 협치”라면서 “차기 정부는 구성부터 통합정부로 가야 한다. 인재를 널리 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도 통합정부를 꺼냈다. 역대 현 정부처럼 '갈라치기'가 심했던 정부는 없었다고 일침했다. 정치는 선악의 대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 상태로라면 다음 정권을 누가 잡아도 대결구도 봉합은 쉽지 않다.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처럼 여당에서 정권이 재창출될 경우에도 전임자에 대한 단죄가 이뤄졌지만 현 정부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참석자들은 차기 정부 출범 전 인사청문회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미국처럼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청문회 개정에 찬성과 반대 입장을 서로 바꿔 왔다.
김진표 의원은 “본인은 물론 가족, 지인까지 탈탈 털어 내는 현 인사청문회 제도에선 다양한 인재를 정부부처 수장으로 임명할 수 없다. 이는 국가경영에서 엄청난 장애 요인”이라면서 “아직 누가 정권을 잡을지 모르는 올해 안에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지금 중장년층은 폭발적인 개발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로, 도덕적 기준이 현재와는 맞지 않다. 과거 행태를 현 잣대로 평가하니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면서 “비공개 도덕성 검증을 하기 위해선 미국처럼 3~4개월 검증할 수 있는 제반 시스템부터 정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