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발 쇼크'로 국내 e커머스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쿠팡의 주당 공모가가 35달러로 고평가 되면서 국내 e커머스 업계가 다양한 합종연횡 가능성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반 쿠팡 연대'가 형성되면서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쿠팡의 상장에 가장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곳은 네이버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분교환 방식 등으로 동맹을 맺고 e커머스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양사 교환 지분 규모가 25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지난해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16.6%로 13.0%인 쿠팡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상장을 통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한 만큼 선두를 언제든 내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도 SSG닷컴 출범 이후 적극 투자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거래액이 3조9236억원으로 온라인쇼핑 전체 규모(161조1000억원)의 2.4%에 불과하다.
두 업체의 고민이 동맹으로 해결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마트를 통해 오프라인을 연계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이마트 전국 매장을 활용해 신선식품 당일배송도 가능하다. 아킬레스건으로 여겼던 배송도 CJ대한통운과 혈맹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이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자사 오픈마켓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와 연계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네이버의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플랫폼, 검색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활용해 SSG닷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분위기도 한 층 달아오르고 있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사는 물론 카카오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등도 적극 행보를 보이면서 인수전 판이 커지고 있다. 신세계가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 온라인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는 카카오가 주요 인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은 오는 16일에 열릴 예정이다.
매각가로 알려진 5조원이 다소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으나 쿠팡 공모가가 확정되면서 최근에는 저평가됐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인 G마켓, 옥션, G9를 운영하면서 e커머스 시장 점유율 12.4%로 네이버와 쿠팡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e커머스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16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이베이코리아 임직원 수는 877명이다. 배송 인력이 포함된 쿠팡(4만8000여명)의 40분의 1 수준이고, 11번가(1085명), 위메프(1673명)와 비교해도 적다.
11번가는 글로벌 온라인 공룡 아마존과 동맹을 맺었다. 연내 아마존 상품을 11번가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혀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이 국내에서 어떤 서비스를 펼칠지 주목된다. 해외직구나 역직구를 위해 물류센터 구축 등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11번가는 아마존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티몬도 지난달 19일 상장 전 지분 투자를 통해 3050억원 유상증자를 완료하는 등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중동을 유지하던 e커머스업계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해 쿠팡 상장으로 정점을 찍었다”면서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가 지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사업자 간 합종연횡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