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권 재창출땐 한국판 뉴딜 수정·보완 추진
'균형' 중심 외교정책 추진·美와 민주당-민주당 시너지
야권으로 정권 바뀌면 각종 경제정책 전면 재검토 전망
정책 필요성 인정하되 추진방향 변화…북한 비핵화도 압박
정부에 대한 국민 인식은 차기 대선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20대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유권자가 정부 정책에 대해 변화를 원하는지, 안정을 원하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올해 초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되돌렸다.
문재인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과 탄소중립 2050을 필두로 '탈원전'으로 불리는 에너지믹스 정책, 미국과 중국, 일본에 대한 외교통상정책,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권력기관 개혁 등의 정책이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제산업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발 위기 극복 이전부터 경제 활성화 방편으로 적극적인 확장재정 정책을 펼쳐왔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 우려를 불식하고 상생협력을 위한 정책과 법안 통과를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반면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에 대해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며 반기를 들어왔다. 다만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사회 양극화에 따라 확장재정 정책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난지원금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여야가 큰 갈등 없이 예산안을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은 차기 대선 결과에 따라 수정·보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각 정책을 짜깁기해 겉만 포장한 정책이라고 공세를 높이고 있다. 한국판 뉴딜은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더라도 일부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 역시 현 한국판 뉴딜을 이루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지역균형 뉴딜, 안전망 강화 등 4개 중심축에 대한 정책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 정책이 모두 완성된 정책이라는 것은 아니다”면서 “중장기 정책인만큼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수정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50 탄소중립은 향후 30년간의 정책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현 정부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당장의 행동 없이 30년 후 목표만 이야기하는 것은 말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차기 정부는 물론, 차차기 정부 등 향후 대한민국에 들어설 모든 정부가 지속 추진해야 하는 정책인 셈이다. 여야 모두 탄소중립의 중요성은 인정한다.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갈등요인은 현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추진해오던 '탈원전' 정책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우대하고 석탄화력을 줄여나가는데는 여야가 이견이 없지만, 원자력이 중심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가 권력을 쥐고 있는 여당과 검찰, 감사원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점은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는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대한 정책은 양날의 검이다. 산업계에선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매번 강조하고, 정부와 여야 가릴 것 없이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지속적인 규제법안이 만들어지는 상황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신산업-기존산업, 업계-노동계 등 이해 당사자간 충돌이 불가피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해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을 자력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거대여당이 들어선 이후에도 산업계의 규제개혁 호소가 지속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규제개혁을 가로막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득권도 그 중 하나”라면서 “기득권 중에는 대기업 등 권력을 쥔 자들의 기득권도 있는 반면, 약자에 의한 기득권도 있다. 규제개혁과 사회적 갈등은 뗄래야 뗄 수 없다”고 했다.
◇외교통상
외교통상 정책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크게 바뀔 공산이 큰 정책이다. 현 문재인 정부는 크게 미국과는 군사, 중국과는 경제, 일본과는 적대, 북한과는 우호라는 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는 20세기 초반과 다르지 않다. 차기 대선에서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균형'을 중심으로 한 외교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본, 북한에 대한 입장은 달라질 수 있다. 야권 성향 정부가 들어설 경우 미국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역점 사업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전 정부의 이민 정책을 뒤집은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다.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북핵 문제에 대해 바이든 미 정부와 함께 민주당-민주당 정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미국 민주당 정부와 한국 민주당 정부가 공존한 시기는 역사적으로 길지 않다. 최순미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대북정책에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일본에 대한 외교통상 정책은 현 정부 내에서도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전처럼 '죽창'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강대강 대치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에 유화적 제스쳐를 내비쳤다. 바이든 미 정부가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일본과의 통상무역 마찰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일본의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주축으로 한 현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총리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 제안처럼 일본도 강제징용 피해보상 등의 과거사 문제와 경제 교류라는 미래 협력을 '투트랙'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