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소비 변화·코로나 후폭풍…유통가 '사령탑' 교체로 분위기 반전 나선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 사의 표명
고강도 쇄신·외부 전문가 영입 '롯데온' 정상화
홈플러스, 임일순 '여성 CEO 신화' 3년 만에 마침표
사람 중심 고용문화·'올라인 유통기업' 전환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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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유통업계에 칼바람을 불러왔다. 소비문화 변화는 더욱 빨라졌고 코로나19 후폭풍까지 겹치자 부담이 커진 유통가 수장 교체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초 홈플러스를 시작으로 이베이코리아·위메프·롯데 등 총 4명의 CEO가 회사를 떠났다.

롯데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사업을 총괄해온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전무)는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의를 표명했다.

롯데온은 롯데의 백화점·마트·슈퍼·닷컴·롭스·홈쇼핑·하이마트 등 7개 계열사 온라인몰을 통합해 지난해 4월 출범한 종합몰이다. 론칭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롯데온은 출범 이후 잦은 시스템 장애와 차별화 없는 콘텐츠로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을 받아왔다. 유통 계열사 간 통합 시너지 효과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업계에선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계열사 간 내부 견제로 의사 결정이 늦어진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롯데지주는 새 수장 선임 전까지 e커머스사업부를 임시 경영체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당분간 사업부 운영은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에서 맡는다. 경영개선실은 지난달부터 e커머스사업부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부서다.

공석이 된 e커머스사업부장은 경영개선실장인 이훈기 롯데지주 부사장이 겸직한다. 롯데지주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최근 조영제 사업부장은 건강이 악화되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회사에 밝힌 바 있다”면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롯데온을 정상화 궤도로 올릴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곧 영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최초 여성 CEO였던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사장)도 취임 3년여 만인 지난달 중도 사퇴했다. 임 대표는 재임 기간 중 국내 산업계 '비정규직 제로(zero)' 첫걸음을 뗀 주인공이다. CEO 승진 2년 만인 2019년 7월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사람 중심 고용문화를 주도했다. 당시 홈플러스 임직원 2만3000여명 중 정규직 비중은 99%(2만2900명)를 기록했으며, 비정규직(단기계약직) 근로자는 1%(228명)에 불과했다.

사업 측면에서도 오프라인 대형마트 중심 홈플러스를 온라인과 융합된 '올라인(All-Line) 미래유통기업'으로 전환시켰다. 중장기적 발판을 다졌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온라인 소비문화 전이가 가속화되면서 단기 실적 부담은 커졌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2019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영업이익은 1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나 줄었다. 당기순손실액은 5322억원이다. 임 사장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외부 인사 영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e커머스 업계도 수장 교체가 이어졌다. 위메프를 8년간 이끌어온 박은상 전 대표는 작년 6월 건강상 이유로 휴직한 이후 대표직에 복귀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8월부터 직무대행을 맡던 하송 부사장으로 교체됐다.

하 대표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원더피플 경영기획실장, 원더홀딩스 이사 등을 거쳐 2015년 위메프에 합류했다. 2017년부터 전략사업 부문을 맡아 신사업 개발과 제휴 사업 등을 주도했다. 박 전 대표는 자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변광윤 사장도 7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퇴임했다. 전항일 이베이재팬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2000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한 변 사장은 2013년 대표로 승진하며 이베이코리아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단 평가를 받는다. 다만 최근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돌고 있는 만큼 새로운 체제 준비를 위해 수장을 교체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수장 교체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재정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면서 “올 한 해 유통업계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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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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