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1분기에만 설비투자 60% 집중
파운드리, 5나노 라인 28K→43K 확대
낸드플래시, 中 시안 2공장 증설 전망
투자 계획 바짝 앞당겨 기술 격차 유지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 속도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이 공급 부족 및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투자 확대와 설비 구축 시기를 앞당겼다. 특히 주력인 D램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낸드플래시까지 전방위 공세에 착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올해 D램 투자 계획을 확대·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애초 올 1분기 평택 2공장(P2)에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3만장(30K) 규모의 설비를 투자하려던 계획을 변경, 4만장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연간 D램 투자 계획은 기존 6만장에서 7만장으로 늘어났다.

특히 1분기에 투자되는 4만장은 연간 계획의 약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이 연간 투자의 대부분을 1분기에 집중하는 건 그만큼 증설을 앞당기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도 확대한다. 평택 2공장에 구축하는 5나노 파운드리 라인 규모를 기존 2만8000장(28K)에서 4만3000장(43K)으로 1만5000장(15K) 늘리기로 했다. 삼성은 특히 D램 제조용으로 도입하려 한 신규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파운드리용으로 변경했다. 급증하고 있는 5나노 파운드리 수요에 우선 대응하기 위해서다.

낸드플래시 투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중국 시안 2공장에 6세대 128단 낸드 설비 구축이 한창인 가운데 상반기 예상한 5만장(50K)보다 3만장이 늘어난 최대 8만(80K)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실제 반도체 장비 업계는 삼성전자의 늘어난 주문에 생산 능력을 풀가동하고 있다.

한 장비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장비를 공급하는 장비사 대부분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급성장이 예상된다. 전기차·스마트폰·데이터센터 시장이 골고루 성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출 확대 및 가격 오름세가 감지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까지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10억7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증가했다. PC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 2400Mbps 현물 가격은 시장 수요 증가로 지난 22일 22개월 만에 4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서버 D램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 부족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 계획을 바짝 당기는 등 일찌감치 수요에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 시장의 공급 부족도 여전하다. 10나노 미만의 초미세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에 이를 제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 2개사뿐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업계 1위인 TSMC의 생산 능력을 바짝 뒤쫓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후발 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규모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176단 낸드플래시를 먼저 출시하며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려는 가운데 세계 메모리 시장 40% 이상 점유율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대규모 물량으로 가격 경쟁력을 압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메모리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 중요성을 인식,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