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권의 '성 인지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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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자신문 DB>

수많은 출입처를 거쳤지만 가장 '성 인지 감수성'이 무딘 곳은 정치권이었다. 국회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지만 실제는 폐쇄 사회이다. 민간인이 국회에 출입하려면 신분증 지참은 필수며, 들르는 곳을 알려야 한다. 그곳의 확인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출입기자 등록 역시 '상시·장기출입'으로 나뉘어 있다.

권력이 존재하는 장소이지만 그런 폐쇄성 때문일까. 국회 안에만 들어가면 사회 전반에 대한 기본 의식에는 훨씬 뒤떨어진 성 인지 감수성을 만나볼 수 있다. 정치인들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툭툭 튀어나오는, 수준 이하의 감수성 떨어지는 말들을 마주하면 당황스러움이 밀려온다.

성 인지 감수성은 일상에서 성별 차이로 발생하는 불평등이나 불균형한 상황을 인식해서 성차별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뜻한다. 정치권은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진 곳이다. 성추행·성폭행 등 성 비위 문제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들의 권력형 성 비위가 발단으로 작용했다. 민주당 내 여성 의원들도 감수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는 이상한 말로 지칭하는데 숟가락을 얹었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인턴 비서와의 불미스러운 의혹이 불거진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논란 하루 만에 탈당했다. 정의당 역시 당내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종철 대표가 사퇴했다. 여야를 막론한 시의원·구의원들의 성 비위 문제도 잇달아 보도된다.

그런 와중에 국민의힘 대정부질문 사전전략회의 문건에서 '성폭행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마주한 순간 그동안 절절히 노력해 온 '보수의 혁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했다. 초선의원들이 대거 등장했어도 지도부와 당직자들 의식이 변하지 않는 한 혁신은 물거품이 된다. 보수의 혁신은 유명인들을 섭외해서 강의를 들으며 '바뀌고 있다'는 보여 주기식에서 오는 게 아니다. 나날이 민감해지는 국민 의식 수준을 맞춰 가는 데 있다. 프레임 정쟁을 하는 행위는 피해자 보호와는 어긋나고 자칫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권력형 성 비위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건강한 사회 시스템 구축 등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정치가 발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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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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