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에 무게를 둘지 지적재산권 보호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블룸버그통신과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은 배터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배터리 특허소송 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계획에 대한 첫 번째 시험대”라며 “ITC가 LG 편을 들어 SK에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전기차 채택을 촉진하겠다고 약속한 바이든 대통령의 녹색 에너지 의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허핑턴포스트도 “조지아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상원 다수가 SK의 주요 새로운 제조 공장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피해도 입힐 수 있다”라며 “나아가 미국 내 배터리 부족으로 인한 전기차 공급이 지연돼 배터리 붐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9.6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리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배터리 소재 부품 모두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해 사실상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영업 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탄소 인프라 건설과 전기차 생산 촉진 등을 통해 수 백 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 조달을 위해 미국산 저공해 차량 300만대 이상을 구매 유도하고 전기차 공공충전소 50만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외신은 ITC 결정에 따라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ITC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판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ITC의 결정을 검토하고 판결을 무효화 할 수 있다.
다만 30년 넘게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을 기각 한 것은 단 한 번뿐이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가 미국의 성공적인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중시하는 것은 SK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책홍보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성공적인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계획을 위해서는 당장의 일자리뿐 아니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산업과 이와 관련한 일자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불공정 무역과 미국의 지식재산권 탈취라는 관행의 근절이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장을 짓고 있는 오하이오주는 영업비밀의 중요성과 공정한 결정을 요청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오하이오주 등 미국내 성공적인 투자는 공정거래 및 영업비밀 보호가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ITC가 2016년에 의회에서 통과된 미국영업비밀보호법(DTSA)을 통해 영업비밀 보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공정한 결정을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 주지사 역시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불공정 경쟁을 시정할 필요가 있고, 그러지 않을 경우 미국에 궁극적으로 11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LG화학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거들었다.
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