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달 출시 '네오 QLED' 포함
프리미엄 제품 '스마트홈 플랫폼' 탑재
타사 제품 연동 '완전한 연결성' 구현
보안 카메라·조명 등 200여개사 협업
삼성전자가 올해 프리미엄 TV 신제품에 가정용 가전을 모두 연결·제어하는 기술을 탑재한다. TV 리모컨 하나로 냉장고·정수기 등 생활 가전은 물론 조명, 보안 카메라까지 제어가 가능해진다. 화질로 경쟁하던 TV 시장이 타 기기까지 연결하는 사용 편의성으로 확전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련 생태계 구축 경쟁이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출시 예정인 미니 LED TV '네오 QLED'를 포함해 2021년형 프리미엄 UHD TV 제품에 TV 기반 스마트홈 플랫폼 기능을 탑재한다.
TV 기반 스마트홈 플랫폼은 TV가 가정 내 모든 와이파이, 적외선, 블루투스 신호를 검색해 다양한 기기를 식별·동기화한다. 기기 등록·연결이 완료되면 TV 리모컨이나 음성 명령으로 집 안의 모든 기기 작동과 관리가 가능하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인 '디지털 버틀러(집사)' 구현의 핵심이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기존 TV라는 틀은 너무 협소하다며 미래에 TV가 디지털 집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기술이 구현되면 사용자 맞춤형 시나리오를 입력, 조작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음성으로 '영화 보고 싶으니 준비해 줘'라고 명령하면 TV가 이를 인식한다. 그리고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하고 조명이 꺼지며, 영화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설정하고 커튼까지 쳐 준다. '바보상자'로 취급되던 TV가 똑똑한 디지털 집사로 변신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5년에는 미국 가정 내 연결되는 스마트 홈 디바이스가 20여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TV에 있는 디스플레이 장점으로 사물인터넷(IoT) 기반 연결 환경에서 메인 허브 역할을 맡아 새로운 스마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냉장고, 세탁기, 정수기, 에어컨 등을 연동한다.
집 안에서 완전한 연결성을 구현하기 위해 타사 제품도 연결한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링의 보안 카메라부터 필립스 스마트 조명, 에코비 스마트 스위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셋톱박스, 게임콘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박스,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31개사와 헤드셋·키보드·USB캠·적외선 리모컨 동작 제품 제조 기업 170여개와 협업해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가장 역점을 두는 제품인 초프리미엄 품목 '네오 QLED' TV에 탑재, 다음 달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추후 2021년형 프리미엄 UHD TV 수십 종에도 탑재한다.
그동안 삼성과 LG는 각각 자사 플랫폼 '스마트싱스' '스마트씽큐'로 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가전기기 연결 환경을 구현해 왔다. 모바일 앱으로 가전 상태를 파악하고 작동까지는 가능했다. 자사 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해 관리 편의성도 높였지만 궁극적으로 록인(종속) 효과를 기대한다. 또 아마존, 구글 등은 일부 가전을 대상으로 AI 스피커를 활용한 작동·제어 기술도 구현했다. 그러나 실제 활용도 측면에서는 한계가 많았다.
삼성의 '디지털 집사' 플랫폼은 기존 개별 기기 간 연동에서 한층 진화했다. TV를 허브로 스마트홈 환경을 구현한다. 그동안 허브 역할을 기대한 스마트폰이나 AI스피커 등과 달리 TV는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동기화 대상도 200개 이상 기업 제품으로 확장했다. 동기화 제품이 늘면서 시나리오별 작동 모델도 다양해졌다.
기기 간 연결성을 확장이라는 기술적 의미보다 사용자 경험을 높일 가치 제공이라는 새로운 경쟁 요소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랜 기간 화질 경쟁이 주를 이뤄 온 TV 시장의 경쟁 구도도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향 평준화된 시장 구조에서 사용자 편의성과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TV를 매개로 다른 가전업계와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삼성이 주도하는 오픈 생태계 마련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여할지, 사용자가 실제 편의성을 느끼고 지속적 이용으로 이어질지는 관건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TV는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스크린 시대로 진입,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아닌 새로운 UX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삼성전자는 사용성 경쟁으로 진화하는 TV 시장에서 여러 업체와 협업하는 오픈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