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ASML 출신 조한구 사장 영입
연구개발·주요 고객사 협력 강화 중책
신설 팹 장비 입고 등 인프라 보강 순항
광원 투과율·제품 수명 향상 작업 탄력
에프에스티가 신규 사업인 극자외선(EUV) 펠리클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EUV 펠리클 사업을 총괄할 핵심 인사 영입과 함께 제품 품질을 끌어올릴 팹 구축도 순항 중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에프에스티는 신사업인 EUV 펠리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 인력 보강에 나섰다.
회사는 최근 EUV 펠리클 연구소를 책임질 수장으로 조한구 사장을 영입했다. 조 사장은 반도체 노광 공정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과거 삼성전자에서 상무로 일하던 시절 노광 공정에 필요한 마스크 관련 조직을 총괄하던 역할을 맡았고 지난해까지는 ASML 코리아에서 마케팅 활동을 하며 부사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조 사장은 앞으로 EUV 펠리클 연구개발 책임은 물론 양산 과정에서 주요 고객사와 협력을 끌어내는 중책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프에스티가 펠리클 사업만을 책임지는 사장직을 만든 경우는 처음이다. 그만큼 차세대 EUV 펠리클 사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평가다.
조 사장 외에 핵심 인력 영입도 지속하고 있다. 최재혁 에프에스티 부사장, 문성용 부사장 등 과거 삼성전자에서 조 사장과 함께 마스크와 펠리클 분야를 연구했던 알짜배기 인물들로 진용이 갖춰지고 있다.
에프에스티가 개발 중인 EUV 펠리클은 반도체 핵심 공정인 EUV 노광 공정에서 쓰인다. 노광 공정은 회로 모양이 그려진 마스크에 투과시킨 빛을 웨이퍼 위에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작업이다. 마스크에 새겨진 회로가 축소돼 웨이퍼에 찍히기 때문에, 마스크가 오염되는 만큼 불량률이 크게 늘어난다.
펠리클은 각종 오염을 막으면서 활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마스크 위에 씌우는 얇은 덮개다. 그런데 EUV 공정은 기존 불화아르곤(ArF) 광원을 활용할 때의 투과 방식과는 다른 '반사 방식'을 택한다.
마스크 특성이 완전히 바뀌면서 새로운 성질의 펠리클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기술 난도가 크게 높아져 양산 라인에 쓸 만한 펠리클은 개발되지 못했다.
국내 펠리클 시장 80% 점유율을 확보한 에프에스티는 블루오션인 EUV 펠리클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 본사에 갖춰진 EUV 펠리클 연구 설비를 본사 주변에 새롭게 마련한 팹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연구 설비와 함께 각종 결함 검사 장비, 펠리클을 마스크에 자동으로 씌우는 설비 등 품질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장비를 신규 팹에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에프에스티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ArF 펠리클 제작 노하우에 핵심 인력과 인프라까지 보강되면서 개발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또 기존에 거래했던 대형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로 협력 연구와 양산라인 적용이 한층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에프에스티는 지난해 한 행사에서 2021년 상반기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마스크를 완전히 덮을 수 있는 풀사이즈 EUV 펠리클 시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에프에스티는 핵심 요소인 EUV 광원 투과율이 90%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문성용 에프에스티 부사장은 “제품 개발 외에도 고객사 승인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성능 개선을 위한 작업을 순차 진행 중”이라며 “투과율뿐 아니라 제품 수명 등 주요 펠리클 기술 개발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