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칼 빼든 금융위…"중금리대출 제대로 안 하는 '인터넷은행' 감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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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중금리대출에 소홀한 인터넷은행 3인방(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에 칼을 꺼내들었다. 금융당국은 신 파일러(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사람)와 서민을 위한 포용적 혁신을 당부했지만, 인터넷은행이 이를 외면하자 초강수를 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1년 금융산업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법과 도입취지에 부합하게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혁신적으로 확대 공급해나갈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계획 및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 이행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금융감독원 검사를 포함한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신용등급 1~3등급 고신용자에게 치중한 인터넷전문은행 영업 행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은행권에서 고신용자 대출은 잘 실행되지만 5~6등급의 중신용등급은 대출 사각지대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당시 이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목표를 강조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고신용자 위주 영업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중 고신용등급 비중은 2017년 87.95%에서 지난해 6월 말 93.59%로 5.64%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신용자인 5~6등급은 10.27%에서 5.54%로,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1.78%에서 0.87%로 낮아졌다.

금융위는 “국내 은행권이 과점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은행 라이선스를 내줬지만, 인터넷은행이 약속을 어겼다”며 “인터넷은행이 금융권 메기인 줄 알았더니 황소개구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인터넷은행의 중금리대출 이행여부를 꼼꼼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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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 2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직접 나서서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진화에 나섰다.

올해 중금리 대출 공급 규모를 대폭 늘리고 신파일러 발굴을 위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올해는 중금리·중저신용자 대출부문에서도 고객들이 카카오뱅크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해 중금리대출 공급규모를 금융당국과 함께 논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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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도 영업 정상화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해 업무계획 중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요 목표로 세웠다.

올해 3월 본인가 획득 목표, 7월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는 중금리대출을 주요 서비스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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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토스뱅크 관계자는 “토스뱅크는 기존 금융정보 중심의 평가로 불이익을 받아 왔던 신 파일러를 포용할 것”이라며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중금리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계속 고도화 해나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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