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페이가 최근 금융 당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빅테크 회사가 주도한 첫 보험사 설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지털 보험사는 지난해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가 합작해 설립한 캐롯손보 출범이 첫 사례다. 이전에 인터넷 생명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있었지만 '디지털'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은 캐롯손보가 처음이었다.
이후 하나금융이 더케이손보를 인수해 디지털 손보사를 표방한 하나손보를 출범했고, 교보생명도 AXA(악사)손보 재인수를 타진하면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 역시 디지털 손보사 설립에 관심이 큰 후보 가운데 하나다.
금융회사가 뛰어드는 디지털 보험사란 무엇일까. 현행 보험업법상 전체 계약 건수나 수입보험료에서 90% 이상을 비대면 채널에서 모집하는 '통신 판매 전문 보험회사'를 디지털 보험사라고 정의한다. 비대면 채널로 영업하는 회사란 의미다. 실제 캐롯손보도 통신 판매 전문 보험회사로 인가 받았다.
그러나 갈수록 디지털 보험사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존 회사가 비대면 비중을 늘리면서 영역도 중첩되고 있다. 캐롯손보가 '퍼마일자동차보험'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보험을 선보여 주목 받았지만 다른 상품이나 후발 주자인 하나손보는 차별화를 띠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에 열광한 이유는 간단하다. 레드오션인 국내 보험사에는 새로운 시장, 소비자에게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였다. 다만 현재는 기존 산업에 약간의 '디지털'을 가미하는 것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는 해외에서 혁신 상품이나 서비스로 각 나라 보험 산업을 주도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쉽다.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의 보험업 진출은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의 진출 시도도 뒤따를 공산이 크다. 세계 기업 노키아의 사례는 '뒤처진 트렌드는 결국 망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시대에 부응하지 않은 도전은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디지털 보험사가 왜 필요한지, 왜 열광하는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