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지난해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실행계획은 우리 산업과 경제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거시 경제정책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탄소중립 실현 추진전략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안에 26개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달 만에 범부처 추진전략안이 나온 뒤에 제시된 계획이다. 현 일정대로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실행계획까지 제시될 전망이다. 탄소중립을 정치적으로 선언한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중국보다도 실행계획 수립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이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도 향후 30년 장기계획을 제시해야 하는 탄소중립 정책 실행계획 수립 속도가 빠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한 관계자는 “10년 계획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30년 뒤를 예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세계적으로도 단계적인 기술 로드맵을 만든 곳은 없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관련) 어떤 신기술이 도입되고 기술혁신이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2050년까지 장기계획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에너지 분야만 살펴보더라도 그간 법정계획 기간은 최대 20년이었다. 올해 시점에서 살펴보면 최대 2041년까지 계획을 제시할 수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하려면 기존 계획보다 30년까지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에너지뿐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순환경제 등 산업 전 부분에 구체적 실행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접근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리하게 속도전을 벌일 때에는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정책의 재탕 정책이 나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전환은 미시적인 기술 분야로 논할 수 있지만 탄소중립은 거시경제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도 아직 구체적인 실행전략은 제시하지 않았다. 발전설비나 시설 투자는 20~30년을 바라봐야 하는데 우리가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