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혁신법, 286개 규정 묶어
중복 혼란 방지..연구자 행정 부담 덜어
연구비 사용 권한 확대...차년 이월 가능
과기정통부, 올해 세부안 등 후속작업
연구개발(R&D) 제도와 규정이 달라진다. 지난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R&D 협약, 평가, 정산, 제재에 이르기까지 연구 환경 전반에 일대 변화가 단행된다.
연구자 편의 제고를 위한 틀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따르는 가운데 등 올해에는 연구기관의 연구지원 평가 체계 수립 등 후속 작업이 이어진다.
◇범부처 R&D 통합 규정 탄생
지난해 12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 새해 시행됐다. 연구개발혁신법은 부처별, 사업별로 다르게 운용하는 286개 규정을 통합한 것으로 연구자는 올해부터 R&D 주관 부처·기관과 무관하게 동일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R&D 사업에 참여할 때 제출해야 하는 각종 양식과 겪어야 하는 절차를 통합했다. 이로 인해 연구자는 중복 업무, 상이한 규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혼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연구 절차 분야는 '공모'부터 '연구비 관리'까지 전 과정을 개선했다. 각 부처는 R&D 과제 비용, 공모 일정 등을 매년 1월 31일까지 예고해야 한다. 연구자는 부처별로 공지되던 과제를 일일이 찾을 필요없이 사전에 R&D 과제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참여 기회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선정 평가 대상에서 '연구개발과제 창의성과 수행 계획 충실성'과 '연구개발역량' 이외 항목은 생략된다. 연구자 역량과 계획만으로 평가한다는 취지다.
협약 변경 절차도 간단해진다. R&D 기관이 참여연구원 변경처럼 사소한 연구협약을 변경하려면 한국연구재단 등 전문기관에 통보만 하면 된다.
평가와 정산 방식도 바뀌었다. 전체 연구개발기간에 대해 협약을 체결하고 평가, 정산은 연차별이 아닌 단계별로 실시한다.
◇연구비 간소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과 더불어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기준' 등 하위 고시를 제정, 연구비 관련 규정도 일원화했다.
연구자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전반에 거쳐 단일 연구비 사용기준을 적용받는다. 연구비 사용계획은 인건비, 시설·장비비, 재료비 등 비목별 총액만 넣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경미한 변경이 있을 경우엔 부처에 통보만 하고 전체 연구기간 연구비 총액 변경과 간접비 총액 증액, 3000만원 이상 연구시설·장비비 구입계획 변경 등 일부 중요사항만 부처 승인을 받으면 된다.
연구기관 연구비 사용 권한이 확대됐다. 연구비는 전체 또는 단계 연구기간 종료 때에만 정산·회수하고 연구기관 자율로 연구비를 차년으로 이월할 수 있다.
정부에 납부하는 기술료는 정부연구개발 성과를 활용해 수입이 발생한 경우에만 납부하게 변경됐다. 기술 실시 여부와 무관하게 정부 연구비에 비례해 납부하는 방식은 폐지하고 경상기술료는 모든 부처가 동일한 납부기준을 적용한다.
'나눔장비 이전지원사업' 지원대상은 기존 비영리기관에서 확대, 중소기업에도 유휴·저활용 장비의 무상이전을 위한 이전비 등을 지원한다.
제재 제도도 변경됐다. 연구자에게 처분 재검토 요청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절차 공정성을 확보한 반면에 규정 위반 사례에 대해선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참여제한은 1회 처분을 기준으로 최대 10년까지 적용한다. 연구개발비 환수는 연구비를 사용용도 이외로 집행한 경우에만 적용한다. 그 외 제재 사유에는 제재 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다. 5년 이상 참여제한 또는 정부지원 연구개발비 300% 이상 제재부가금을 받는 경우는 처분 내용이 6개월간 대외 공표된다.
처분 사전통지를 받은 경우 '처분청'과 '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 중 원하는 기관에 처분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부처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는 전문기관 관리체계, 전문성, 현황에 대해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해 개선을 요구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획평가관리비를 지원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상위평가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자율 점검을 강화하고 정보공개를 통해 책임을 강화한다. 올해 하반기 사업 전략계획서 수립제도를 도입, 사업기획을 강화하고 상위평가는 부처 자체평가 중심으로 전환한다.
과기정통부는 개선사항에 대한 세부 표준 업무 절차와 서식을 마련, 올해 구축 예정인 통합 연구지원시스템(IRIS)에 반영할 예정이다.
◇올해 과제는
과기정통부는 올해 연구지원 관련 세부안 수립 등 후속 작업을 이어간다. 연구개발혁신법은 '연구지원' 기준을 수립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연구지원은 연구개발기관이 소속 연구자가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제 신청·수행, 성과 활용 등에 필요한 인력, 시설·장비, 전산시스템 등을 직접·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개발혁신법은 과기정통부 장관이 연구지원 기준을 수립하고 기관을 대상으로 연구지원체계를 평가하도록 규정했다. 평가 대상은 △연구지원 기준 준수 정도 △연구개발기관 연구지원에 대한 소속 연구자 만족도 △연구개발기관 간접비 계상·집행·관리 실태 등이다.
평가 결과는 연구개발기관 간접비 계상기준에 반영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연구기관 연구 지원 평가 결과가 대학, 출연연 간접비 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구기관 관심이 큰 내용”이라면서 “이와 관련해 세부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기술료 징수 관련 세부 항목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 등 후속작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