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30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논의를 이어갔지만 난항을 거듭했다. 여야는 중대재해 개념과 법 적용대상을 규정하는 내용을 두고 이날 오후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중대시민재해'가 소상공인을 옥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빠른 심사로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매일 회의를 열어서라도 반드시 이번 회기 내에 (중대재해법) 입법을 완료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새해 1월 8일 전에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기 위해 심사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김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은 제정법이고 쟁점이 꽤 많은 법이라 심도 있는 법안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여야 모두 중대재해법 통과에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치열하게 토론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에 앞장섰던 정의당이 정부가 최근 내놓은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어 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께 간곡히 요청드린다. 유가족과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는 정부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안을 대통령이 직접 바로잡아주기를 요청한다”고 올렸다.
심 의원은 정부 수정안을 두고 “구의역 김군도, 김용균도 살리지 못하는 법안, 안전을 위한 정책과 투자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여전히 책임 바깥에 두고 대리 책임자의 급을 높이는 것으로 퉁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1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 그래서 매년 2000여명의 죽음을 당분간 더 방치하자는 이런 법안은 결코 '사람이 먼저'인 법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또다른 부분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여당이 마련한 중대재해법의 맹점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 보호와 공중 안전 확보를 위한다면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내용을 고스란히 포함시켰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중대시민재해'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옥죌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대시민재해는 사업장에서 생산·제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로 이용자나 그 밖의 사람이 사상하거나,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시설의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사상한 재해를 말한다. 이 중 공중이용시설은 카페, 제과점, 음식점, 목욕탕, 노래방 등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포함된다는 게 국민의힘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코로나로 심각한 경기침체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잠재적 중범죄자로 만들 것”이라면서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중형을 받게 되는 불상사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난 자리에서도 중대재해법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 대표는 회동을 마친 후 “야당이 법사위 소위에 동참했으니 회기 내 합의처리하자고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 법의 성격상 의원 입법보다는 정부 입법이 옳은 것이다. 그것을 토대로 절충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