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개발 실력 검증은 뒷전...아이디어만 따지는 'AI 경진대회'

매달 1건 이상 'AI 챌린지' 열리지만
사업모델 발굴에 그쳐 전문성 부족
국내 무대 매몰...해외 참여자도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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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AI 챌린지 개최 현황. 출처=업계 종합>

인공지능(AI) 챌린지를 비롯한 각종 AI 기술 경진대회 개최가 늘고 있으나 흥행에서는 비교적 부진하다. 경진대회 상당수가 '사업모델 및 아이디어' 등을 미션으로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평가기준과 사업성 등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주 원인이다. 또한 국내 무대를 대상으로 개최되는 챌린지가 대부분인 탓에 해외 수준 높은 AI 연구자들의 참여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AI 챌린지'라는 타이틀로 개최된 경진대회는 총 8건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KT가 공동 주최한 '포스트코로나 AI 챌린지'를 시작으로 11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주최한 '의료영상 AI 챌린지'까지 매달 1건 이상 챌린지가 열리고 있으나 이들 중 절반은 사업모델 발굴이 주된 목적이다. 각 지자체와 기업, 대학이 개최하는 소규모 경진대회는 대부분은 아이디어 경진대회다. 정작 알고리즘 개발 실력을 겨루는 대회는 부족해 AI 인력 양성 효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AI 경진대회에서 한국 인재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190여개국 100만명이 활동하는 구글의 글로벌 AI 경진대회 플랫폼 '캐글(Kaggle)'에서 한국인 AI 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10월 기준 캐글 최고 등급인 '그랜드마스터' 196명 중 한국인은 4명에 불과하다. AI 업계 한 관계자는 “체계화된 국내 대회 부족으로 해외 무대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할 경험을 쌓기 어렵다”고 말했다.

AI 챌린지 중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넷플릭스의 '프라이즈 챌린지'다. 이 챌린지를 통해 고도화된 영화 추천 알고리즘 '시네매치'는 넷플릭스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현재 AI 핵심기술로 활용되고 있는 딥러닝은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 경진대회인 '이미지넷 챌린지'를 통해 크게 발전했다. 이들 챌린지 성공 요인으로는 알고리즘 성능 평가가 정확한 수치에 의해 객관적으로 진행된 점, 대량의 정제된 데이터셋이 제공됨에 따라 활발한 연구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 꼽힌다.

이 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짐에 따라 국내에서도 점수 예측, 의료영상, 악성코드 감지 등 알고리즘 성능을 겨루는 챌린지가 차츰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스타트업 뤼이드가 개최한 'AIEd' 챌린지는 글로벌 플랫폼 캐글에서 진행함에 따라 3000여 연구팀의 참석을 이끌어내며 주목받았다. 현재 동시 진행 중인 11개 챌린지 중 참여팀수 1위, 올해 개최된 총 56개 챌린지 중에서는 5위를 기록했다. 올해 4월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웹서비스(AWS)가 공동 개최한 '딥페이크 챌린지'의 2256팀 유치 기록을 넘어섰다.

뤼이드 관계자는 “이번 뤼이드의 챌린지는 AI 연구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교육'을 주제로 했음에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며 “수년간 뤼이드가 수집한 데이터셋 '에드넷'과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대회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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