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경제·사회 전 분야 디지털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스가노믹스'를 추진 중이다. 아베 전 내각의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면서도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편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선도국가로서 위상을 단단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 내 디지털 부문 낙후성이 극명히 드러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해 총리 직할기구인 '디지털청'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정부 내 디지털화를 가속화한 것이 대표적 예다.
◇정부의 디지털화
일본은 부품과 소재 등 제조업과 디지털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경제대국이다. 산업 부문에서 디지털 경쟁력과 달리 정부 부문에선 낙후성을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서류에 '도장'을 찍으려 출근한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지자체 간 행정시스템이 일원화되지 않으면서 확진자 수 오류, 특별지원금 지급 지체 등 문제가 불거졌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에 스가 총리는 부임 이후 정부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췄다. 신성장동력 인프라 구축 필요성과 함께 행정서비스 비효율 개선이 목표다.
특히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기가 부진한데다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역시 여전하면서 잠재성장률(2020년 1∼2분기)도 0.07%로 하락했다.
스가 내각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를 디지털이라고 봤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한 구조개혁과 혁신으로 총요소생산성(TFP) 향상을 도모하는 한편 재택근무 확산을 통한 인구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중심은 정부 조직 개편이다. 새해 정부 내 디지털청을 신설하고 이를 통해 각 부처 디지털예산 관리를 일원화하는 한편 부처별로 분산된 정보기술(IT) 시스템도 통합한다. 행정 부서 통합을 통해 2025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일정표도 마련 중이다.
디지털청이 신설되면 재택근무 정착을 포함해 일하는 방식 개혁과 서버 보안 강화, IT 국제경쟁력 강화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행정 디지털화와 표준화, 정부 통계 및 행정 데이터 활용도 제고, IoT와 AI 등 신성장산업 발전을 위한 행정 협력 강화, 의료·교육·세제 등 각종 행정의 디지털화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른 열쇠는 '그린'
스가 총리는 지난해 말 임시국회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회복 중심은 '디지털'과 '그린'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에 1조엔을 투자하고, 일본이 6세대(6G) 이동통신을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저비용 배터리 개발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2조엔 기금도 마련한다고 했다.
일본은 앞서 미국, 호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각국과 공조해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해 대기중으로 배출을 줄이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2030년 상용화가 목표다.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데는 탄소포집전환저장(CCUS) 기술이 활용된다. 이산화탄소를 압축 또는 액체에 흡수시킨 후 지하에 봉입하는 기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70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축량 15%가 CCUS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일본에서는 JGC 홀딩스(닛키),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중공업, 도레이 등 주요 기업이 관련 기술 개발 및 실증 실험을 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 기업의 이 같은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다른 나라의 이산화탄소 지하 저장 프로젝트에 협력하면 자국 내 탄소배출량과 상계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일본이 자국 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게 되면 일본 기업의 EU, 미국 등 수출거래도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으로서는 EU가 주도하는 탄소중립 실현에서 선도국가로서 위상 정립과 함께 자국 기업에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