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입찰 차등점수제' 환영···실효성은 '글쎄'

기술점수 폭 넓혀 '가격 후려치기' 방어
기술 우수기업, 적정대가 사업 수주 기대
변별력 판단·세부 절차 등 발주처 몫
"자발적으로 동비하는 곳 많지 않을 것"

Photo Image

“발주기관이 자발적으로 별도 규정까지 마련하며 차등점수제를 시행하려 할까요?”

오는 24일 시행되는 '차등점수제' 실효성을 두고 소프트웨어(SW)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도 도입은 환영하면서도 적용 여부는 각 발주기관이 판단하는 만큼 당장 시작에 적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기획재정부가 24일부터 시행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계약예규) 제7조 6항은 '해당 산업의 특성, 최근 동종사업에 대한 낙찰률, 제안서 평가 점수 분포 등을 고려할 때 기술능력평가의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계약에 대해 차등점수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차등점수제는 제안서 평가점수에 따라 입찰자 순위를 정하고, 순위에 따라 고정점수를 부여하는 제도다. 제7조 7항에 따르면 각 중앙관서의 장은 순위별 점수 부여 기준 등 차등점수제의 세부 절차와 기준을 정해 운용할 수 있다.

'기술점수+가격점수'로 구성되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에서 기술점수의 차등 폭을 넓혀 가격 후려치기를 막자는 게 차등점수제의 도입 취지다.

기술점수는 배점의 80~90%를 차지하지만 업체 간 점수 차이가 소수점 두세 째 자리에 불과해 가격점수에서 순위가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적자 수주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수주하는 사례가 잦다.

차등점수제는 기술평가 1위 100점, 2위 95점(예시) 등 순위에 따라 차등 폭이 큰 고정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가격 후려치기를 막고 기술 우수기업이 적정대가에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

차등점수제 적용 대상은 건설, SW 등 국가계약법에 해당하는 폭넓은 분야가 대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초에 밝힌 '소프트웨어 진흥 실행전략'에서 SW 기술평가에 차등점수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제도 도입 취지는 긍정적이며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담당 공무원에게 법적 재량권을 주며 길을 터 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술평가 변별력 판단이 어려울 때 차등점수제를 적용하는 것은 의무지만 변별력 여부 판단, 세부 절차와 기준 운용이 발주처 몫이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21일 “차등점수제는 기술점수가 비슷할 때 사실상 가격경쟁 요소를 없애는 건데 발주처 입장에서는 이게 매력적일지 의문”이라면서 “자발적으로 별도 규정까지 마련하며 차등점수제를 도입하려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협상에 의한 계약이 차등점수제 적용 대상은 아니며, 입찰 형태가 다양한데 국가가 일률적으로 차등점수제 적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운영 방식을 각 발주처에 맡긴 것도 이 때문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차등점수제 적용이 필요해 보이는데도 적용하지 않았을 때는 이유를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W업계는 차등점수제의 조속한 안착을 위해서는 발주처의 인식 변화와 함께 실효성 담보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점수 차이가 특정 폭 이내라면 무조건 차등점수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등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