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트윈의 미래와 시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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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영 한국전력기술(주) 디지털융합실장

최근 4차 산업 혁명의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우리 사회는 커다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학계나 언론을 통해서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이란 용어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의 개념은 미 항공우주국 NASA가 지상으로부터 우주에서의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초기 우주 캡슐의 실물모형을 완전한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디지털트윈 기술은 실제 생산공장, 플랜트, 선박, 항공기, 오일과 가스설비, 에너지 등 자산 중심의 산업분야에서 물리적인 물체 및 시스템을 운용상의 위험과 안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고효율과 저비용의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 가상의 디지털 세계에 고스란히 재현하는 방식의 복제 기술이라고 큰 맥락에서 정의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사람들마다 혹은 각 산업에서 디지털트윈의 정의는 다양하고 명확하지도 않다. 어떤 이는 대상 기기나 시설물을 2차원 혹은 3차원 그래픽으로 옮겨 놓기만 해도 디지털트윈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기기에 센서를 부착하여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그래픽 모델로 전송되어 반영되어야 디지털트윈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실시간 데이터가 그래픽 모델의 경계조건으로 입력되어 다양한 해석 툴(소위 멀티피직스, Multi-physics)을 통해 그 개체의 능동적 변수(유속, 압력, 회전수, 진동, 소음 등) 혹은 피동적 상태(온도, 응력, 전자기적 상태 표면 상태 및 결함의 생성과 전파 등)가 모사(시뮬레이션) 되어야 디지털트윈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센서와 IoT 기술, 모바일 통신 기술(5G), 인공지능기술이 결합되어 모사하는 대상의 미래 상태를 예측하고, 상태까지 최적화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정리해보면, 디지털 에셋(Asset)과 디지털트윈의 가장 큰 차별성은 바로 ‘실시간’ 그리고 ‘예측’ 이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물리적인 기기나 설비의 디지털 변환에 더하여 수많은 센서에서 생성된 실시간 데이터가 가상의 모델로 전달되고, 이 데이터가 멀티피직스 기반의 해석을 통해(기계, 유동, 전기•전자, 시스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들이 분석되어 미래의 상태까지 예측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디지털트윈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과연 ‘실시간’은 반드시 디지털트윈의 필요조건일까? 건물이나 매설 구조물을 디지털 변환하여 구조적 안정성 혹은 부식과 같은 경년열화 현상을 모니터링하는 데 있어 방대한 IoT 센서들을 붙여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것이 과연 경제성 있고 시급성을 다투는 작업일까? 예를 들어, 큰 지진이 발생하여 건물에 영향을 줄 경우를 가정한다면, 건물이 무너지는 경우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두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무너지면 더 이상의 분석은 필요 없고, 버티고 있다면 구조적 정밀진단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해석하고 분석하면 된다. 또한, 매설배관의 경년열화는 수십 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굉장히 느린 과정이다. 그 느린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려고 하면 땅속에 같이 묻어둔 센서들이 먼저 수명을 다하여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매설배관은 수개월 혹은 수년에 한 번씩 간접 검사(지표면 RD/전기화학/전자기 탐사)나 직접 검사(굴착 후 비파괴검사)의 데이터를 근거로 시뮬레이션 해서 미래의 상태를 예측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디지털트윈이라고 해서 반드시 실시간 센서와 모니터링 데이터가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의 디지털트윈은 주로 건축물의 4D(시간개념 포함) BIM(Building Information Management)을 통해 건설 과정 중에 공간 설계 변경과 그 영향, 자재 반입과 소모, 실시간 응력 해석 등으로 건설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건물의 생애 주기 동안의 모든 정보를 통합 관리하게 되어 경제성이 인정되고 있다. 또한 제품의 생산공정과 제품에 대한 디지털트윈으로 생산효율 향상 및 신제품 개발에서의 비용 또한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시설이나 공공자산 등의 유지 보수(O&M)를 위한 디지털트윈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효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 IoT 센서로부터 실시간으로 엄청난 데이터들이 클라우드로 쌓이게 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효한 데이터를 걸러내서 인공지능이 그 경향을 파악하는 시스템 구축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경제성보다는 디지털트윈 구축의 대의를 안전성으로부터 판단할 필요가 있다. 산업시설이나 공공자산의 사고나 고장이 대중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면, 그러한 곳은 필연적으로 디지털트윈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UAM(Urban Air Mobility) 체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고, 항공 관련 산업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2025년 실증사업이 시작되고 2030년이면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하니, 이제 머지않아 드론 택시로 공항도 가고 백화점도 가는 그런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UAM 서비스 공급자나 비행체 제조사가 안전성을 보장하고 신뢰성을 인증 받더라도 기체와 이착륙장(Vertiport) 그리고 관제센터의 디지털트윈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쉽게 사람을 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비행 중 기체의 모든 기기 및 부품에 대한 상태 감시, 이상 징후 발생 시 위험도 분석과 추락에 따른 피해 예측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예방조치가 자동으로 이뤄져야 한다. UAM의 기본 개념은 파일럿이 타지 않는 자율비행과 UTM(Unmanned Aerial System Traffic Management)과 같은 통합 무인 항공 교통관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체 뿐만 아니라 전기에너지 충전시설, 수소 스테이션, 착륙 시스템 상태 등 또한 안전을 위해 디지털트윈으로 감시되고 제어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디지털트윈의 필요충분적인 키워드는 다양한 물리 모델 및 통계/확률에 의한 ‘진단’과 ‘예측’이다. ‘실시간 감시’는 충분조건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간헐적 감시로도 그 기능 수행이 가능하다. 경제성만을 추종하는 디지털트윈은 적용에 한계가 있으며, 안전성에 대의를 둘 경우 그 적용성과 확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므로, 디지털트윈은 그 목적에 따라 접근 방법과 범위를 분류, 분석하고 시작해야 한다. 원전의 방사능 감시, 환경오염시설 감시, 가스관이나 난방 배관 등의 이상 징후 감시 등 우리 생활에서 필수적인 안전관련 시설에 대해 디지털트윈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스마트시티 건설을 예상보다 빨리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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