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올해도 '고액 배당 잔치' 벌이나…韓 사회공헌·고용·투자는 '제자리'

5년 연속 수입차 1위 유력하지만
치솟는 영업익, 주주 배당에 집중
한국 사회 재투자 활동 미미할 듯
벤츠코리아 "작년 45억 기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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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올해 코로나19 악재 상황에서도 국내에서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올해도 고액 배당 잔치를 이어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벤츠코리아는 국내 일부 완성차 업체를 넘어설 만큼 성장했지만 사회공헌과 고용, 투자 측면에서는 여전히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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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로고.

◇벤츠, 5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유력

올해도 벤츠코리아는 수입차 판매 1위가 확실시된다. 코로나19 이후 공장 셧다운에 따른 물량 부족 등으로 작년보다 판매량이 다소 줄었지만, 2위 BMW가 격차가 커 5년 연속 수입차 1위가 유력하다.

BMW와 아우디 등이 여러 악재에 발목을 잡히고 렉서스와 토요타 등 일본차가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은 사이 벤츠는 홀로 승승장구했다. 작년 말 기준 한국에 등록된 벤츠 차량은 48만대 이상이다. 벤츠 본사 입장에서 한국은 글로벌에서 다섯 번째로 큰 승용차 시장으로 올라섰다.

한국수입자동자협회(KAIDA)에 따르면 벤츠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6만7333대를 판매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7.6%로 압도적 1위다. 수치상으로 작년 대비 2400여대 줄었으나, 코로나19로 물량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벤츠는 10월 주력 모델 E클래스 신형 모델 판매를 본격화하며 11월 7186대를 출고했다. 주춤했던 E클래스 출고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달보다 9.3% 상승했다. 연말까지 작년 판매량을 충분히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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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 전경. (전자신문 DB)

◇한국서 돈 벌고, 이익은 해외로…작년 1380억원 배당

벤츠코리아 작년 매출은 5조4377억원, 영업이익은 218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40%가량 상승했다.

벤츠코리아가 본사로부터 차량을 수입·판매하는 현지 판매법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작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벤츠코리아가 4%로, BMW코리아의 2.8%보다 1.2%포인트(P) 가량 높다.

매출은 5년 전보다 2.5배로 뛰었고, 10년 전인 2009년(6751억원)과 비교하면 8배가 넘는다.

매출 기준으로 벤츠코리아는 르노삼성차(4조6777억원)를 추월했고, 쌍용차보다도 1조원 이상 많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에 이어 국내 4위 자동차 회사로 입지를 공고히 한 셈이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훨씬 가파르다. 작년 영업이익은 2018년(1547억원)보다 40.9% 급증했다.

작년 벤츠코리아와 금융 계열사인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주주 배당금은 총 1380억원에 달했다. 벤츠코리아가 783억원, 벤츠파이낸셜코리아가 597억원을 배당했다. 2018년보다 32.4%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벤츠코리아 배당금은 2018년 557억원보다 40.7% 늘었다. 지난 5년간 누적 배당금은 2840억원에 이른다.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인 배당성향은 2018년을 제외하고 모두 50%가 넘었다. 벤츠파이낸셜코리아 역시 2018년(485억원)부터 2년간 1082억원을 배당했다.

벤츠코리아 주주는 벤츠 본사(51%)와 스타오토홀딩스(49%)다. 벤츠파이낸셜코리아는 벤츠아시아GMBH(80%)와 스타오토홀딩스(20%)가 주주다. 스타오토홀딩스는 글로벌 최대 벤츠 딜러사이자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로 알려진 레이싱홍 자회사다. 작년 두 회사는 벤츠 본사에 877억원, 스타오토홀딩스에 503억원을 배당했다. 2018년에도 벤츠가 672억원, 스타오토홀딩스가 370억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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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왼쪽)과 E클래스.

◇고액 배당 논란 지속…기부·고용·투자는 제자리

업계는 올해도 고액 배당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벤츠 주주들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벤츠코리아에서 배당금을 챙겼다. 올해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한국 시장은 든든한 돈줄인 셈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 한국법인은 직원 수가 적고, 국내에 생산 시설도 없어 국산차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높다”면서 “한국 사회 재투자보다 고액 배당을 통해 본사로 보내는 비용이 훨씬 높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벤츠코리아는 매출과 이익, 배당이 해마다 크게 증가했지만 작년 기부금은 31억원으로 2018년보다 약 4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과 투자도 제자리다. 작년 기준 벤츠코리아 임직원 수는 267명으로 수년째 큰 변화가 없다. 특별한 국내 재투자 활동도 진행하지 않았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와 계열사, 딜러사가 참여하는 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작년 45억원을 기부하는 등 지역 사회와 동반성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벤츠, 올해도 '고액 배당 잔치' 벌이나…韓 사회공헌·고용·투자는 '제자리'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