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주로 가는 아주캐피탈·저축은행, '우리' 상표 사용 못하나?

기존 업체 오인 가능성 커 난항 전망
"금융 당국 인수 최종 승인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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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최근 아주캐피탈 인수를 의결한 가운데 회사명 변경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업계 경쟁사에 '우리'라는 상표를 사용하는 회사가 있어서 아주캐피탈과 자회사 아주저축은행이 편입될 경우 해당 이름을 사용할 수 없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과거 한미캐피탈 인수 당시 '우리'라는 상표권 사용을 놓고 법정 다툼까지 간 만큼 회사명 선정에 상당한 애를 먹을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아주캐피탈에 대한 우선매수 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아주캐피탈 인수 안건이 최종 승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은 앞으로 금융 당국의 심사를 거쳐 연내 우리금융에 편입될 예정이다.

아주캐피탈 인수 배경은 비금융 부문 강화가 골자다. 우리금융의 경우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이 우리금융에 편입될 경우 '우리'라는 상표 사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상법 22조에 따르면 상호등기를 할 때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 영업을 하는 다른 상인이 같은 상호로 등기하는 것을 배척하도록 명시돼 있다. 23조에는 주체를 오인시킬 상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회사 가운데에는 JB우리캐피탈이, 저축은행 업권에는 부산을 소재지로 하는 우리저축은행이 우리금융 계열은 아니지만 '우리'라는 상표를 쓰고 있다. 상법상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이 우리금융에 편입돼도 '우리'라는 이름은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금융권은 '우리'라는 이름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주에 편입됨에도 해당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면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다. 신한금융이나 KB금융처럼 일시적으로 인수한 회사의 상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국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이 우리금융에 편입돼도 기존 업체에 동일한 상표권 때문에 애를 먹을 것”이라면서 “시너지를 생각한다면 '우리'라는 상표를 붙여야 하지만 기존 경쟁사들에 유사하거나 같은 이름이 있고, 소비자에게 오인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나중에 등록하는 우리금융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오렌지라이프,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각각 인수했지만 현행 상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금융기업은 각 계열사에 각각 신한생명과 KB생명 등을 거느리고 있다. 실제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발표하면서 '신한라이프'로 상호를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상표권으로 애를 먹은 우리금융의 전례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은 과거 한미캐피탈 인수 당시 상표를 우리캐피탈로 하려다 우리기술투자와 상표권 분쟁을 겪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두 업체가 모두 금융 관련업과 부수 업무로 서로 동일·유사한 데다 관념 면에서도 기술투자가 벤처캐피탈로 호칭되기도 해 동일·유사하다”면서 “두 상표가 동일·유사하기 때문에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오인과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 때문에 나중에 등록한 우리캐피탈에 대해 무효 판정을 내렸다. 당시 우리금융은 한미캐피탈을 결국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로 정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우리금융은 상표권 문제를 차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금융 당국의 승인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인수와 관련해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고, 금융 당국의 승인도 받지 않았다”면서 “상표권 문제는 승인 후 고민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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