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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동통신 3사 고위 관계자들에게 '올해 최대 이슈가 무엇입니까'라는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연말로 예정된 주파수 재할당”이라고 답했다.

3사 모두 3세대(3G)와 4G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를 지속해야 한다면서 필요한 주파수를 재할당 받는 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파수를 재할당 받기 위해서는 수 조원 이상의 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3사는 5G 상용화 이후 3G·4G 가입자는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3G·4G 주파수를 재할당 받기 위해 지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3사는 또 합리적(?) 비용으로 주파수를 재할당 받는 게 올해 KPI와 직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만큼 이통 3사가 주파수 재할당 이슈에 대해 공조할 것으로 짐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중에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발표하겠다는 총론을 밝혔지만 이후 각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입장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자칫 일일이 대응했다가 불필요한 논란과 소모적 갈등만 야기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에 이통 3사는 한목소리를 내며 여론전마저 불사하는 등 과기정통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급기야 3사는 지난 10년 동안의 주파수 재할당대가 산정 근거와 방식을 공개하라며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주파수 재할당 관련 정보공개도 청구했다.

절실한 3사의 공세에 과기정통부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아 3사의 요구만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 2020년 이통 최대 이슈로 떠오른 주파수 재할당이 종착역을 앞두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다음 주 주파수 재할당 대가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다.

3사가 올해 말까지 주파수 재할당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가 재할당 폭과 대가 산정방식, 대역별 적정 이용 기간 등 세부 조건을 발표·공유하는 자리다.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가 모두 만족하는 최상의 방안이 제시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수면 위로 드러난 갈등 양상이 수습되는 국면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의 갈등과 반목도 일단락될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주파수 재할당 이슈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갈등을 수습하는 길은 과기정통부가 이통 3사의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이통 3사가 수용할 만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통사도 수준 높은 행동을 보여 줘야만 한다. 과기정통부가 내놓는 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딴죽을 걸어선 안 된다.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과기정통부의 현명한 판단을 전제로 이통 3사가 수용하고 순응하는 게 최선의 길이다.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는 지난 수십년 동안 협의를 통해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했다. 주파수 재할당도 마찬가지다. 협의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 모두 열린 자세와 양보·배려의 미덕이 절실하다.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에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가 한 번만이라도 상대 입장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깊이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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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