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승인 조건'에 촉각

수수료 제한 실효성 의문 제기
점유율 제한도 대책으로 거론
벤처업계 공정위 결정에 환영 의사
"새 시도 규제 받는다면 문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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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앱 아이콘.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M&A)이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할 세부 조건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시장 점유율 90% 이상 독과점 플랫폼이 탄생하는 상황에서 부작용을 해결할 만한 실효성 있는 조건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두 거대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을 고려, 합병 인가조건이 직접적이고 강력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거론되는 수수료 인상 제한이나 가맹점 및 배달기사의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는 독점 완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배달의민족이 과독점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차피 공정위가 조건을 걸지 않더라도 향후 수년 간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할인 프로모션이나 배달비용 등을 가맹업주에게 전가하는 방향으로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합산 시장점유율을 제한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사례에서 공정위는 2000년 5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2001년 6월까지 합병볍인 시장점유율을 50% 이내로 제한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쿠팡이츠·위메프오 등 신규사업자가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축소하면 과독점이 일정 부분 완화될 여지가 있다.

다만 가입자 수로 시장을 획정할 수 있는 통신사와 달리 배달 플랫폼은 정확한 시장 점유율을 산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배달 점유율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주를 이루는데, 방문자 숫자와 매출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독일에 본사를 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국내 법인의 정확한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

또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모두 B마트·요마트 사업을 통해 기존 마트 상품을 배달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이 경우 최근 배달품목을 늘리고 있는 롯데·신세계 등 전통 유통기업들을 시장에 포함해 점유율을 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시장 획정에 대한 판단은 업계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선 거대 배달사업자의 탄생이 가져올 시장 획일화에 대한 시각이 여전하다. 공정위가 사실상 독과점을 시장에서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공정위는 향후 전원회의를 전후에 이 부분에 대한 어느 정도의 판단 근거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벤처업계 일각에선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나온다. 다양한 신산업과 신규 사업을 만드는 기업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이나 투자에 규제를 최소화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선 단순히 시장점유율만으로 독과점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인식도 있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새 사업을 시작하고 본격 성장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투자나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라며 “신산업에서 경쟁사업자가 없다는 이유로 오히려 새로운 시도가 규제를 받는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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