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글로벌 전쟁]〈중〉인터넷 시장질서 변화, 망이용대가 공정거래 룰 확산

구글-넷플릭스 인터넷 공룡으로 급성장
"망 무임승차 안된다" 글로벌 공감대 확산
이용대가 납부 거부하자 견제장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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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프랑스 등 글로벌 시장에서 분쟁으로 비화됐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초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시장 지배력 우위를 바탕으로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 납부를 거부하자, 통신사는 회선증설 거부 등으로 맞섰다.

이에 주요국 법원과 정부는 인터넷 시장 질서 변화를 고려해 통신사의 망 이용대가 부과가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한편,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인터넷 시장 초기에는 통신사가 데이터 전송 경로를 통제하며 힘의 우위에 있었지만, 글로벌 초대형 CP 성장으로 역학 관계가 반전됐다. 초대형 CP의 망 이용대가 무임승차를 견제할 제도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글로벌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중〉인터넷 시장질서 변화, 망 이용대가 공정거래 룰 확산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 데이터 트래픽 1· 2위를 차지하지만,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두 기업은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주요국에서 통신사와 직·간접 분쟁을 겪은 이후 망 이용대가를 납부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프랑스 1위 통신사 오렌지와 구글 분쟁이 대표적이다. 오렌지는 2012년 구글 트래픽 전송을 대행하는 인터넷 백본사업자(IBP) 코젠트 트래픽이 유튜브로 인해 폭증하자, 그에 상응하는 상호접속료를 지불하라고 요청하며 접속용량 증설을 중단했다.

유튜브 속도가 느려진 코젠트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프랑스 법원은 오렌지의 접속용량 증설 중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망 이용대가 회피 수단이 사라진 구글은 프랑스에 위치한 서버와 오렌지 네트워크를 직접 연결하며 망 이용대가를 납부했다. 구글의 선례에 따라 넷플릭스도 프랑스에 유럽지역 서버를 설치하고 망 이용대가를 납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 컴캐스트는 물론 버라이즌·AT&T 등 통신사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뉴욕타임스 등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넷플릭스는 서비스 급성장에 따른 안정적 전송품질 보장을 위해 컴캐스트에 무료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연결을 요청했지만, 컴캐스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컴캐스트는 넷플릭스 서비스 속도 저하에도 유료 CDN 직접 연결 방침을 고수했고,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부과를 이끌어냈다.

당시 미국 법원이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 중립성 규제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린 이후, 미국 통신사는 데이터트래픽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망 이용대가 분쟁은 세계 주요국의 제도 개선에도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통신우정규제청(ARCEP)은 '디지털공화국을 위한 법률'에 근거해 통신사와 글로벌 CP에 망 이용 계약 현황과 데이터 트래픽 등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일본은 '글로벌 IT기업 거래정보 확보를 위한 정기 조사'를 시행한다. 글로벌 CP 등을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하고, 거래조건 공개 의무 등을 부과했다.

정부에 대한 자료 제출을 의무화, 글로벌 CP와 통신사에 공정계약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랑스 사례를 참고해 망 이용대가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미국은 2018년 망 중립성 규제를 폐지, 네트워크 트래픽에 대한 합리적 차별을 인정했다. 통신사가 CP에게 망 투자비용 분담을 요구할 길을 터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주요국이 망 이용대가 관련 제도장치를 보완하는 것은 인터넷 시장 질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통신사의 데이터 트래픽 차별 금지와 안정적 품질 보장 등 규제는 대부분 인터넷 초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던 CP 보호를 위해 확립됐다.

하지만 인터넷시장 공룡으로 성장한 구글과 넷플릭스 등 초대형 CP에 대해서는 과도한 보호보다 데이터 트래픽에 따른 합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기업 거래에서 일부 분쟁 사례를 제외하면 망 이용대가 부과는 일반적이다. 구글과 넷플릭스를 제외한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거대기업은 국내에서 CDN 용량 증설 또는 캐시서버 구축에 따른 망 이용대가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차지하는 구글과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납부 거부가 오히려 글로벌 차원 제도 개선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우리 정부도 망 이용대가 관련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논의와 더불어 글로벌 규제기관 협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