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5세대(5G) 이동통신이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압도적 차이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5G를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을 선도할 핵심 인프라로 판단, 빠르게 대응한 '퍼스트 무버' 전략이 적중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현재 세계 1위에 만족해선 안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5G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압도적 세계 1위와 5G 초격차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英 옴디아 “한국, 5G 톱 국가”…전문가 “속도와 커버리지 동시에 갖춘 5G는 한국이 유일”
글로벌 통신 전문 시장조사업체 영국 옴디아(OMDIA, 옛 오범)가 '5G 진화 비교(2020년 3월)' 보고서에서 한국 5G를 세계 최고로 평가했다.
글로벌 이동통신 전문가는 “속도와 커버리지를 동시에 갖춘 5G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옴디아는 앞서 6월에도 지난해 5G를 도입한 22개 국가를 비교한 보고서(2019년 12월)에서 한국이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옴디아는 주파수 가용성, 상용 서비스, 커버리지, 가입자 수 및 비중, 생태계 정책 등 총 5개 항목을 평가했다.
5개 항목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이 4G 시대에 이어 5G 시대에도 글로벌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 이어 스위스, 쿠웨이트, 미국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과 일본은 이전보다 2계단과 4계단 뛰어오르며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옴디아는 “한국은 3월 말 기준 5G 가입자가 588만명”이라며 “한국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 10%를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밝혔다.
2019년 말 기준 7%에서 3개월 만에 3%포인트(P) 증가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5G 가입자가 늘고 있음이 확인됐다.
글로벌 이통 전문가도 한국 5G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로스 오브라이언(Ross O'Brien)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장과 알렉스 최(Alex Choi) 도이치텔레콤 부사장도 한국 5G 수준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로스 오브라이언 편집장은 “5G를 통한 신성장 매출이 세계적으로 연간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이 5G 고유의 가치를 제공하며 진정한 5G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어 주목된다”며 “한국은 3.5㎓ 도입으로 속도와 커버리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한편, 5G 기술 진화 및 생태계도 잘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렉스 최 부사장은 “한국 5G 성과는 세계적으로 특별하다”며 “한국을 제외하고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3.5㎓ 대역에서 전국 규모 커버리지를 갖춘 경우는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고 밝혔다.
5G 속도와 커버리지에서 주요 국가 대비 월등한 비교 우위는 우리나라 이통사의 3.5㎓ 주파수 집중 투자 결과다.
우리나라 이통사와 달리 미국 등 주요 국가 이통사는 28㎓ 주파수와 3.5㎓ 주파수를 선택해 부분적으로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5G 커버리지 확보는 물론이고 LTE와 속도 차별화에 한계를 실감해야 했다.
◇글로벌 5G 경쟁 갈수록 치열…파격적이고 과감한 정책 지원 수반돼야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에 따르면 7월 기준 38개 국가 92개 이통사가 5G를 상용화했다. 세계 5G 가입자는 연내 2억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5G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과 라이프스타일 등 경제적·사회적 트렌드에 근본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비대면(Untact) 문화 확산으로 스마트워크(재택근무), 원격의료, 스마트교육, 스마트시티, 무인상거래, 전자상거래 등이 각광받고 있다. 모두 안정적 네트워크, 5G 뒷받침이 필수다.
글로벌 5G 헤게모니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세계 주요 국가가 우리나라보다 강력한 5G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5G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한 '5G 이니셔티브' 계획에 따라 2750억달러(약330조원) 규모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 상원은 5G 기술개발 보조금 지원법을 발의하는 등 5G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5G를 '新인프라'로 규정하고, 5G 인프라 확산을 위한 정부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은 5G 조기 확산을 위해 '특정 고도 정보통신 기술 활용 시스템 개발 공급 및 도입의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5G 망 구축 사업자 대상 15%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 투자를 유도하려는 포석이다.
5G 시장 초기 리더인 우리나라가 퍼스트 무버 전략에 이어 이통사가 5G 투자를 지속해 5G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전례 없는 그리고 파격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건 시대적 요구다.
글로벌 이통 전문가는 “한국이 5G 표준에서 정의한 기술 상용화 및 확대를 선도하고 있다”며 “한국이 5G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통사의 5G 지속 투자와 기술 개발, 생태계 협력 등 혁신과 정부의 파격적 정책 지원이 맞물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